물러나는 구본능 총재, 끝나지 않은 야구사랑

입력 2017-12-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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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능 전 총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구본능(68) 희성그룹 회장은 2011년 8월 22일 제19대 KBO 총재에 올라 6년 4개월여 동안 자리를 지켰다. 7년간(1998년 12월 8일~2005년 12월 11일) 재임한 고 박용오 전 총재(12~14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장수 KBO 커미셔너로 역사에 남게 됐다.

구 총재는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경남중 시절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하다 집안의 반대로 그만뒀지만, 칠순을 앞둔 지금까지 한순간도 야구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야구발전을 위한 길이라면 사재를 쾌척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12만장의 야구사진을 수집해 2005년 ‘한국야구 100주년 사진전’을 열기도 했고, 장충리틀야구장 개보수를 위해 개인재산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야구에 대한 애정과 헌신은 KBO 총재로 부임한 뒤에도 지속됐다. 희성그룹 회장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두 번씩 KBO에 출근했고, 특별한 일이 생길 때도 KBO에 들러 현안을 직접 챙겼다. KBO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일주일 중 반은 그룹에, 반은 KBO에 계셨다고 보면 된다”며 “역대 어떤 총재보다 야구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을 많이 하신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구 총재는 KBO리그의 외연 확대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10구단 kt의 창단을 이끌어내면서 KBO리그의 안정화를 도모했다. 야구계 숙원이던 새 야구장 건설도 속속 이뤄졌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이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고척돔이 탄생했고, 창원 새 야구장도 2019시즌 개장을 앞두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500만 관중 시대였지만, 600만과 700만을 넘어 2016~2017년 2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해 번영의 기틀을 마련했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 수장이지만, 아마추어야구 발전에도 힘을 기울였다. 야구발전기금(베이스볼 투모로우 펀드) 300억원을 조성해 야구팀 창단을 유도한 것은 가장 큰 치적 중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3년간 초등학교 3000만원, 중학교 1억5000만원, 고등학교 4억원을 지원하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 고교야구팀 수만 해도 창단 지원 시작 당시 53개교였지만, 현재 74개로 무려 21팀이나 늘었다.

그러나 임기 말 승부조작과 해외불법도박, 음주운전, 심판과 구단 직원간의 금전거래, KBO 내부비리 등 각종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책임자로서 관리감독에 실패한 부분은 오점으로 남았다.

KBO 총재에서 물러나더라도 그의 야구에 대한 헌신은 계속될 듯하다. 벌써부터 탈북자 어린이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해 마지막까지 야구에 봉사하려는 구상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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