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소민 “첫 일탈, 배우의 꿈…5년 만에 엄마가 응원해줬어요”

입력 2017-12-1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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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은 가끔 자신이 선택한 연기자의 길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럴 땐 더 깊이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고 “내가 선택한 길을 걷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이번 생은 처음이라 열연, 정소민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았던 나의 학창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지원은 나의 첫 일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윤지호 나와 닮은 캐릭터
슬럼프·좌절 뒤 확신…내 선택 틀리지 않았다


연기자 정소민(28)은 모범생 같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부모나 주변에서 하지 말라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은 교복치마 길이를 줄이고, 화장도 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연기자의 꿈을 품고부터 달라졌다. 어머니와는 상의했지만 아버지에게는 “떨어지면 영원히 알리지 않으려고” 비밀리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지원했다가 수석으로 입학했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절대 굽히지 않는다”는 신념의 정소민은 꿈을 향한 강한 목표의식으로 2010년 SBS 드라마 ‘나쁜 남자’로 데뷔해 어느 덧 8년차가 됐다.

정소민은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우등생 출신의 드라마 보조작가 윤지호 역을 맡았다. 교대 진학을 원한 부모의 기대와 달리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야반도주한 인물이다.

정소민은 실제 자신과 닮은 윤지호를 연기하면서 ‘내가 선택한 길을 가는 게 맞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제부터 내 인생은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 깜깜하고 외로울 줄은 몰랐다’라는 2회분의 내레이션을 되뇌는 정소민은 “내가 선택한 길을 걷는 건 행복하지만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곱씹으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데뷔 후 슬럼프를 겪으며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곤 했다. 꿈을 위해 걷지만,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는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가치관을 지키며 연기하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계기로 ‘내가 선택한 길을 가자’는 마음가짐이 단단해졌다.”

연기자 정소민.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0년 데뷔 후 5년간은 정소민에게 “터널”이었다. 스스로 “연기에 대한 소질이 없다”고 판단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캐릭터 분석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연기에 제대로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이 서지 않아 조급하기만 했다. 지금은 5년 동안 반복된 그 경험이 그저 감사하다.

“당시의 노력이 지금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5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본 엄마가 ‘네가 배우로서 어떤 것을 하고 싶고, 어떠한 길을 가고 싶은지 알게 됐다’고 말씀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

마음의 여유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스트레스를 받고 불만이 있어도 “혼자 끙끙거리다 삭히던” 그가 이제는 할 말은 하게 됐다.

“상대방에게 의견을 밝힘으로써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혹여 미움을 받을지라도 부당한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딱 한 번 해봤는데, 속이 후련하고 서로의 오해도 풀 수 있었다. 처음이 어려운 것이었다. 하하!”

정소민은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쏟아낸 후 기운이 바닥나면, “귀가 전 자동차에서 3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있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충전하곤 했다.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만들어낸 방법이다.

정소민은 “내성적인 성향이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원만하게 지내고 싶어 외향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감정을 크게 표출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제 것을 놓치게 되더라. 특히 부모님께”라며 자신을 탓했다.

“엄마 앞에서만 제 밑바닥까지 드러낸다. 친하니깐 애증이 폭발해 싸우기도 하고. 하하! ‘밖에서는 잘 하면서 집에서는 왜 못하지’라는 생각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강해졌다. 살가운 딸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연기자 정소민.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8년을 앞둔 정소민은 연기자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성장하고 싶다.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없다. 항상 한 작품을 끝내면 부족한 부분을 복기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말했다.

“나는 사서 걱정을 하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걱정거리가 없다. 하하! 지금은 모든 게 좋다. 드라마가 잘 된 영향도 있지만 지금까지 꿈을 향해 걸어온 길이 내년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다음에 대한 설렘에 행복감이 크다.”

30대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정소민을 흥분시킨다.

“27살 때부터 막연하게 30대는 멋있을 것 같았다. 곧 서른이다. 19살에서 20살이 될 때는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게 강렬했는데 지금은 ‘은은한’ 마음이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게 부담되기보다 그만큼 돌려줘야 할 게 많아 행복하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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