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OVO 심판 문제의 핵심은 폐쇄성이다

입력 2017-12-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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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렸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배구연맹(KOVO)의 A심판은 최근 마음고생을 겪었다. 추석연휴기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심경 글 때문이었다. 당시 심판 배정표 유출 사건에 연루된 KOVO 심판 당사자, 책임자에 관한 징계가 실효성을 띠지 못했다는 지적이 담겼다. 이를 개인의 자유 의사표시로 봐야할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향한 ‘디스’라 봐야할지, 배구계의 의견이 엇갈렸다.

두 달이 더 흐른 시점에 이 일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A심판의 의견표출이 왜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라는 지점에서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 기자가 오해하지 않았다면 요지는 이랬다. ‘그렇게 일하지 않은 심판들까지 그 사건으로 상처받은 데 따른 분노였다. 사태가 그 지경이 되도록 어떤 내부의 자정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정황증거 아닌가.’

지금은 삭제된 A심판의 글은 거친 문구는 차치하더라도, 일종의 내부고발로 볼 소지도 있다. 이 사건의 진짜 몸통은 SNS 표현의 적합성 여부가 아니라 KOVO 심판 시스템의 폐쇄성에 있다. 일례로 KOVO 심판들은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 국제심판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대한배구협회(이하 협회)의 ‘추천’ 혹은 ‘동의’가 필수다. 한 배구인은 “협회 심판 인사권에 관한 실력자로 통하는 B씨의 영향력에서 심판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KOVO 심판들에 관한 평가도 어떤 과정과 결과로 이뤄지는지 알 길이 없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심판위원장의 평가 100%로 고과가 매겨졌다. 물론 국제심판 선정, 고과 모두 나름의 ‘객관적’ 기준은 있을 터다. 그러나 특정인 몇몇에게 권력이 쏠리면 그 객관성이 의심받는 것 역시 필연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파벌이 똬리를 튼다.

조원태 총재 체제로 바뀐 뒤, KOVO 집행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있다. KOVO 핵심관계자는 19일 “심판 평가 시스템을 바꾸겠다. 심판위원장의 비중을 70%로 낮추고, 주관적 평가 항목을 최소화하겠다. 나머지 30%는 외부요인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KOVO는 협회와 협의를 통해 국제심판을 선정, 파견하는 절차에 관한 ‘개혁안’도 생각하고 있다.

배구단, 배구인들은 심판에 관해선 ‘찍히면 죽을까봐’ 할말을 못하는 풍토다. ‘파벌은 없다’라고 선언하기 전에, 어떻게 갑(甲)으로 처신해왔는지, 심판들이 아프게 성찰해야할 현실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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