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다”…종현을 죽음으로 몰고간 ‘마음의 병’

입력 2017-12-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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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샤이니의 종현은 심각한 우울증과 외로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외로움으로 빚어진 그의 음악은 다시 조명받고 있다. 동아닷컴DB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고 하겠다”
동료가수 나인 통해 미리 유서 작성
평소 노래 통해 외로움 암시하기도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다.”

지독한 외로움과 홀로 싸우던 그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흔적이 남지 않는 마음의 흉터는 곪아터질 대로 터졌고, 또 자신이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지 제발 눈치채달라고 소리쳤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그래도 버텨 봐라”라는 대답뿐이었다.

샤이니의 멤버 종현(김종현·27)은 18일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팬들과 연예계를 충격에 빠트린 그가 평소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동료 가수를 통해 이미 유서까지 작성해놓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더 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종현이 사망한지 하루가 지나고 록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장희연·34)이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종현의 유서를 공개했다. 종현과 나인은 평소 남매처럼 지내며 음악적으로 소통하며 믿고 의지해온 사이다. 종현이 나인에게 유서를 전달한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인은 당시 유서를 받자마자 가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 따르면 종현은 우울증으로 매일 숨 막히는 고통에 살았고, 병원 치료도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종현은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거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 되는 거야?”라면서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다”라고 유명인으로 사는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고 하겠다”면서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라고 작별을 고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한 연예관계자는 “주위 사람들은 종현의 감성이 남다르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엄청난 중압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서와 별개로 종현은 그동안 자작곡을 통해서도 외로움을 토로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4월 발표한 솔로 앨범 수록곡 ‘론리’, ‘놓아줘’, ‘하루의 끝’을 비롯해 종현이 작사·작곡하고 가수 이하이가 부른 ‘한숨’과 아이유의 ‘우울 시계’ 등을 통해 그는 줄곧 자신의 외로움을 암시해왔다. 해당 곡의 가사는 모두 ‘나는 혼자 참는 게 익숙해’ ‘혹시 짐이 될까 많이 버겁다’ ‘세상에 지친 날 누가 좀 제발 안아줘/제발 날 도와줘’ ‘힘들어하는 날 제발 먼저 눈치채줘’ ‘우울하다 우울해/우울우울 열매 먹은 듯 우울’ 등으로 이뤄져 있어, 그가 겪은 우울증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팬들은 그의 이런 심경이 담은 곡들을 다시 찾아들으며 애도하고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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