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랙 올인’ 윤성빈, 월드컵 5회 우승과 평창 金 상관관계

입력 2018-01-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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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대표팀 윤성빈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윤성빈(24·강원도청)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12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7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이번 시즌 5차례 정상에 오른 그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금메달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마지막 실전 테스트였던 7차 대회에서 올림픽 리허설을 완벽하게 마친 윤성빈은 귀국 인터뷰에서 “실전을 대비한 연습은 잘 끝났다”며 “준비과정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5차례 월드컵 우승은 단순히 월드컵의 기세를 평창까지 이어가는 것을 넘어 윤성빈이 ‘스켈레톤 마스터’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홈 트랙인 평창이 아닌 어웨이 트랙에서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악명 높은 코스로 소문난 독일 알텐베르크 6차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월드컵 8차 대회 출전은 포기하고 이제 앞으로 국내에 머물며 평창올림픽을 위한 준비에 전념한다.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완벽한 주행능력 입증, 평창 희망 밝은 이유

스켈레톤은 다른 썰매종목인 루지, 봅슬레이와 견줘 더욱 정교한 주행능력을 요구한다. 주행 중 방향 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은 “조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행 중에 다리를 쓰는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윤성빈은 기본적으로 스타트에 강점을 지녔다. 타고난 순발력과 민첩성, 운동신경이 한몫했다. 코스 이해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어려운 구간을 미리 파악하고 주행하기에 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해설위원은 “스켈레톤은 무게중심이 굉장히 중요한 종목이다”며 “루지, 봅슬레이와 달리 핸들을 꺾고 날을 조정하는 단계가 없다. 무게중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두 박자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윤성빈은 스스로 엄청나게 노력한 덕분에 주행능력을 향상했다”고 강조했다.

조인호 스켈레톤대표팀 감독은 윤성빈이 어웨이 트랙에서 5차례 우승한 것을 두고 “그만큼 평창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이다”며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두 차례 대회(1·5차)에선 선두를 달리다 역전당하기도 했다. 올림픽에 앞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한 것이 분명히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덧붙여 “윤성빈의 멘탈(정신력)은 최고였다. 본인이 노력한 덕분에 주행능력도 향상했다. 여러 지도자가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밝혔다.

남자 스켈레톤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홈 트랙 이점 어떻게 살릴까

썰매 종목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봅슬레이대표팀이 일찌감치 귀국해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복 훈련을 통해 코스 이해도를 높이고 완벽한 주행능력을 뽐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조 감독은 “윤성빈은 재능이 있는 선수”라며 “남은 기간에 홈 트랙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스켈레톤 종목의 특성상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트랙은 머리와 지면이 가깝다. 많이 타기가 쉽지 않다. 주행은 물론 스타트와 장비, 얼음 상태까지 꼼꼼히 점검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2차시기와 4차시기, 어떻게 대비할까

월드컵과 올림픽의 차이점은 주행 횟수다. 월드컵은 1~2차시기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데, 올림픽은 1~4차시기까지 네 차례 주행 기록을 합산한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차시기까지 앞서다가 3~4차시기에서 주행 실수로 순위가 뒤바뀌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처럼 스타트 능력이 뛰어나지만, 코스 이해도가 부족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이는 스타트와 코스 이해도 모두 세계 최정상급인 윤성빈에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감독은 “올림픽에선 월드컵과 달리 네 차례 주행이 필요한데, 홈 트랙의 이점을 살리기에는 더 좋다”고 설명했다.

윤성빈의 각오도 남다르다. 부담감은 내려놓되 끝까지 긴장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귀국 후 “아직도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모르겠다. 경쟁자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항상 똑같다”며 “부담을 가질 이유도 전혀 없다. 큰 관심도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금메달을 따길 원하는 사람은 나다. 내 꿈이기도 하다. 종목 특성상 경쟁하기보다는 개인이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월드컵에선 애초 계획했던 것 이상의 성적이 나왔다. 15일부터 평창에서 꾸준히 훈련하며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국제공항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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