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부터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는 홍정남(오른쪽)-홍정호(왼쪽)형제. 사진제공|전북현대
그런데 요즘 K리그에는 형제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운동하는 환경이 좋아진데다 운동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많아지다 보니 집안에서도 팍팍 밀어주는 모양이다. 형제가 함께 프로 무대를 밟는다는 건 집안의 경사다. 뒷바라지는 힘들지라도 형제 프로선수는 운동 시키는 부모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그런데 역대 K리그 기록을 살펴보면 형제가 한꺼번에 스타덤에 오른 케이스는 흔치 않다. 둘 중 한쪽이 성공하면 다른 쪽은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런 게 그들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일지도 모르겠다.
K리그 최초의 형제선수는 김성남-김강남-김형남이다. 김성남-김강남은 쌍둥이다. 특히 이들은 4형제 축구선수 집안으로 유명하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정남이 큰 형이고, 김형남은 막내다. 1954년 7월19일생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성남-김강남은 홍콩 무대에서 뛰다가 국내 프로리그가 출범한 1983년, 늦은 나이에 유공(현 제주)에 입단했다. 이듬해 이적(대우)도 같이 했다. 김강남은 2시즌 16경기 1골, 김성남은 3시즌 18경기 1골을 각각 기록했다. 김형남은 포철에서 2시즌(1983~1984년)을 보냈다.

5형제 축구가족 유동기-유동관-유동춘-유동옥-유동우. 동아일보DB
한국축구사엔 4형제보다 더 많은 5형제 축구가족도 있었다. 유동춘-유동관-유동우-유동기-유동옥이 그 주인공인데, ‘군산의 명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중 프로에 입단한 형제는 유동관과 유동우다. 유동관은 포철에서 10시즌을 뛰며 207경기에 출전했고, 1995년 전남에 입단한 유동우도 수비수로 7시즌을 활약했다.
1990년대 형제 스타는 골키퍼 차상광-공격수 차상해다. 1990년대 초반 둘 다 태극마크를 달았다. 1986년 럭키금성(현 서울)에 입단한 차상광은 1997년 성남에서 은퇴할 때까지 226경기를 뛰었다. 은퇴 이후 줄곧 골키퍼 코치를 하고 있다. 1989년 럭키금성에 입단한 차상해는 당시로선 보기 드문 191cm의 큰 키를 자랑한 스트라이커로 주목을 받았다.

남궁도-남궁웅 형제. 스포츠동아DB
남궁도-남궁웅도 이름깨나 알려진 형제다. 남궁도는 2001년 전북에 입단해 2014년 안양에서 은퇴했고(통산 254경기), 남궁웅은 수원~성남~강원을 거쳤다. 여승원-여동원도 쌍둥이다. 2004년 인천에 함께 입단한 가운데 여승원은 인천~상무~수원을 거치며 78경기를 뛴 반면 여동원은 2군리그에서 2시즌을 보냈다.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형제선수들은 2018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다.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에서 임대로 K리그에 둥지를 튼 홍정호와 홍정남은 전북 유니폼을 입은 형제다. 2007년 전북에 입단했던 형 홍정남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 지난 시즌 주목 받은 골키퍼고, 동생 홍정호는 국가대표를 지낸 수비수다.
제주 이창근-이창훈도 올 시즌이 기대되는 형제다. 프로 7년차인 형은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이고, 프로 신인인 동생은 상대 골문을 열어젖혀야하는 공격수다. 경남은 지난해 말 신인자유선발로 아주대 김준선(형)-연세대 김준범(동생)을 동시에 영입해 화제를 뿌렸다.
K리그엔 외국인 형제도 있는데, 일본 출신의 와다 아츠키-와다 토모키가 서울 이랜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상대 팀 소속으로 부딪쳐야하는 운명의 형제도 있다.

이범영(오른쪽)-이범수(왼쪽)형제.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출신의 하대성(서울)과 일본을 거쳐 올해 K리그로 복귀한 하성민(경남)은 적으로 만난다. 둘 다 미드필더여서 맞대결이 흥미롭다. 같은 포지션(골키퍼)으로 상대하는 이범영(강원)-이범수(경남)의 대결도 볼만하다. 이들은 K리그 최초의 형제 골키퍼다.
1부와 2부 리그로 나뉘어 서로의 승리를 염원하는 형제도 있다. 신태용호의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전북)과 이재권(부산)의 경우다. 이밖에 박선용(아산)-박선주(강원), 이광훈(전 수원FC)-이광혁(포항), 한홍규(전 안산)-한석종(인천) 등도 함께 프로무대를 밟은 케이스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그들은 범상치 않다. 형제선수를 통해 나올 수 있는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올 시즌 K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이야깃거리를 이들 형제들이 많이 쏟아냈으면 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