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로켓’ 송동환 “후배들아, 못 다한 올림픽의 꿈 펼쳐라!”

입력 2018-02-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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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로켓’ 송동환은 이번 평창올림픽에 나서는 후배들이 부럽기만 하다. 자신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러움도 잠시. 송동환은 “후배들이 내 못 다 이룬 꿈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며 누구보다 힘찬 파이팅을 불어넣어줬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빙판을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지만 바위처럼 다부진 체격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매서운 눈빛 역시 현역시절 그대로였다. ‘코리안 로켓’ 송동환(38). 한국아이스하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격수로 평가받는 그도 차마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바로 ‘올림픽’이다.

송동환은 유독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손에 잡힐 듯하던 평창 유치전쟁이 두 차례나 실패로 돌아가면서 전성기 기량을 그대로 흘려보내야했다.

“이번엔 되겠지, 그래 이번만큼은 되겠지.” 그렇게 야속한 세월이 지나갔다. 2015~2016시즌을 끝으로 빙판을 떠난 송동환은 이제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선다.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서다. 1일 스포츠동아와 만난 송동환 KBS 해설위원은 올림픽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 “역경과 고난을 딛고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쥔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면서도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 조금만 더 기회가 빨리 왔으면 ‘나 역시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그 누구보다 대표팀 후배들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송 위원은 “남북 단일팀 논란을 지켜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이유야 어찌됐든 후배들이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며 한숨을 지었다. 한국아이스하키의 좌절과 영광을 함께한 ‘살아있는 전설’로부터 평창올림픽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동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남녀 골리가 운명 좌우한다!”

-드디어 평창올림픽이 다가왔다.


“남녀대표팀 모두 힘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덕분에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기쁨을 안방에서 누리게 됐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2014년 백지선(51) 감독님이 부임한 이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옆에서 봤을 때도 지난 4년간 제대로 준비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선수들의 호흡이 완벽해 사령탑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수행하는 정도가 됐더라.”


-한편으론 단일팀 논란이 시끄러웠다.

“조금 더 일찍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준비가 늦어지면서 아까운 시간을 놓쳤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안타깝다. 이유야 어찌됐든 후배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지 않았나.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선수들도 많은데….”

새라 머레이 감독-박철호 감독(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단 단일팀이 결성됐지만, 그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냉정하게 봤을 때 경기력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단 북한선수들 대부분이 체력적으로 건장하기 때문에 궂은일을 제대로 맡아준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새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이 선수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다. 시간이 너무 없다. 선수를 적재적소에 투입하려면 특성을 정확히 알아야하는데 말이다. 여기에 북한선수 3~4명이 아니라 12명을 대회 전체에 활용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머레이 감독이 큰 짐을 맡았다.”


-또 다른 관심사는 첫 올림픽에서의 성과다.

“이번 대회는 두 주전 골리에게 운명이 달려있다. 남자대표팀은 맷 달튼(32), 여자대표팀은 신소정(28)이 70%를 좌우할 수도 있다. 이들이 초반 실점을 막아줘야 3피리어드에서 해볼만하다. 다행히 둘 모두 컨디션이 올라온 느낌이다. 달튼의 경우 평창올림픽 이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진출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 성적을 예상해본다면.

“남녀대표팀 모두 기본적으로 강팀을 만난다. 1승이 쉽지만은 않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NHL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하나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상대팀에 두루 포진해있다. 현재로선 17일 맞붙는 스위스가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다. 그래도 우리는 세계랭킹 21위, 스위스는 세계랭킹 7위다(웃음). 여자대표팀은 14일 한일전이 중요하다. 앞선 두 경기를 잘해놓고도 이날 크게 진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로선 홈 이점과 숙명을 상대한다는 각오를 모두 살려야한다. 다만 일본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광운초 5학년이던 송동환(왼쪽)이 백지선 감독을 처음 만나던 날. 사진제공 | 송동환



● “철두철미한 백 감독, 열정적인 머레이 감독”

-이번 남녀대표팀은 사령탑들의 리더십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선 백지선 감독님과는 어렸을 적 추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백 감독님이 캐나다 교포 유소년 선수들을 데리고 교류전을 치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나는 한국대표팀 소속으로 백 감독님을 처음 봤다. 그 첫 만남이 잊히지를 않는다. 얼마 전엔 백 감독님과 만나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웃음).”


-곁에서 지켜본 백지선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

“철두철미하다. 꼼꼼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는다. 동시에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하신다. 성품에서도 결함이 없다. 윽박지르지 않고 제자들을 다독이면서 리드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또한 백 감독과 마찬가지로 NHL 경험이 풍부한 박용수(42) 코치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호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머레이 감독과도 인연이 있는가.

“2016년 한국에서 ‘하키 투게더’란 캠프가 열렸다. 각국 지도자와 선수가 모여 통합교육을 받는 일종의 세미나였는데 여기에 머레이 감독의 부친인 앤디 머레이 감독이 참석했다. 그때 열정에 반해 무작정 감독님을 쫓아 미국까지 따라갔다. 감독님이 허락해주셔서 댁에서 함께 머물게 됐는데 그곳에서 머레이 감독을 처음 만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독특하면서도 열정적인 지도자라는 첫 인상을 받았다.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보였다.”

송동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다시 올림픽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모두의 관심이 쏠린 대회지만, 정작 본인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사실 선수로서 올림픽 무대를 밟을 줄 알았다. 평창올림픽 유치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대회와 2014년 대회 유치가 연달아 실패하면서 꿈이 멀어져갔다. ‘내가 올림픽이랑은 인연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이 크겠다.

“당연하다. 모두가 꿈꾸는 무대 아닌가. 이번 대회에 나서는 후배들만큼은 내 못 다한 꿈을 올림픽에서 마음껏 펼쳤으면 한다.”


-태극마크가 그립지 않은가.

“언젠가 하루는 백 감독님이 내게 말씀하시더라. 내 은퇴를 조금 뒤로 늦추고 이번 대회에 뛰게 할까도 고민하셨다고. 그런데 내 기량도 그렇고 후배들 자리도 그렇고 여건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도 만약 은퇴 전에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현역 연장은 고민해보지 않았을까(웃음).”


-올림픽이 끝나면 아이스하키는 다시 시작이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아이스하키 붐이 시들까 걱정이다. 현재 인프라로는 좋은 선수들이 나오기가 어렵다. 실업팀은 3곳이고, 대학팀은 5곳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아시아리그 축소다. 최근 들어 일본이 아시아리그에서 발을 빼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예전 코리안리그로 돌아가야 한다. 힘들게 올려놓은 수준이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이 그저 올림픽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송동환은?


▲생년월일=1980년 2월 4일

▲신체조건=키 176㎝·몸무게 75㎏

▲출신교=광운초~광운중~경복고~고려대

▲실업경력=동원 드림스(2002~2003년)~안양 한라(2003~2011년)~닛코 아이스벅스(2011~2012년)~하이원(2012~2016년)

▲수상경력=1999~2000시즌 코리안리그 MVP·최다포인트, 2002~2003시즌 코리안리그 신인왕·MVP·최다득점·최다포인트·베스트6, 2005~2006시즌 아시아리그 최다득점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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