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승호 “연기에 몰입했더니, 나도 모르게 진짜 애교가 툭 나와버렸죠”

입력 2018-02-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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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년 차다. 일곱 살 때 연기를 시작한 유승호는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린다”고 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다. 사진제공|산엔터테인먼트

■ 첫 로코 ‘로봇이 아니야’에서 여심 사로잡은 유승호

첫 로맨틱 코미디…코믹 연기가 욕심나
현장 분위기는 시청률 30%만큼 좋았죠
이젠 일상으로…차와 사랑에 빠질 시간
데뷔 19년 차지만 아직도 현장은 떨려요


연기자 유승호(25)는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시작해 올해 데뷔 19년 차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기자로 살아왔고, 그 기간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의 바람은 “연기를 잘하고 싶을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일까. 혈기 왕성하고 한창 놀기 좋아할 또래와 달리 20대 중반의 이 청년은 연기를 제외하면 일상의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나 오래 활동했는데 연기하는 모습 외에 공개된 ‘개인 정보’나 ‘사생활’이 없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게 전부일 정도다.

“신비주의라고 할 것도 없다. 하하! 평소에 하는 게 진짜 없다. 연예인 친구도 딱히 없고. 쉴 때는 집에서 영화보고, 중학교 동창들과 PC방 가는 게 전부다. 군인인 친구가 있어서 가끔 가평 펜션으로 놀러가는 정도다. 튜닝 등 자동차에 관한 관심이 워낙 많아 강원도 인제 서킷에 레이싱을 하러 가기도 한다. 이 외에 새로운 동선을 추가하는 게 쉽지 않더라.”

일상에 변화를 주는 시도는 주저하지만 연기자로서는 해냈다. 최근 종영한 MBC ‘로봇이 아니야’를 통해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극중 호감을 느꼈던 로봇(채수빈)이 사람인 걸 뒤늦게 알게 되면서 좌충우돌 웃음을 안겼다. 유승호는 “저도 모르게 코믹 연기에 욕심이 났다”고 웃으며 “전개상 제 캐릭터만 진지한 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코믹 연기를 시도했다. 첫 도전이었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찍을 때도 재밌었는데, 화면으로 보니 더 재밌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MBC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이퀸픽쳐스


로맨스 장면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제 모습이 반영됐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애교 부리는 것처럼 평소 진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하는 행동이 연기할 때 저도 모르게 나왔다. 그만큼 현장이 편했고, 채수빈과의 호흡이 잘 맞았다. 채수빈의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느낄 만큼 몰입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유난히 많았던 키스 신 중 유승호가 식탁에 걸터앉아 서 있는 채수빈을 끌어당기는 설정은 유승호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실 로맨스 연기는 부담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손이 거칠어 상대 배우 손을 잡는 장면이 있으면 미안했다. 핸드크림 바르고 비닐장갑 끼고 자도 거친 부분은 변하지 않더라. 하하!”

유승호는 ‘로봇이 아니야’가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자부하지만,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3%대의 시청률이다.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시청률의 높고 낮음에 따라 촬영장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럴수록 출연자들과 제작진은 한마음으로 단합해 결속력을 다졌다. 유승호는 “현장 분위기만 보면 시청률 30% 뺨치게 좋았다”고 웃었다.

유승호는 작품을 무사히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에 기쁘다. 집보다 자동차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해 “차와 사랑에 빠질”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는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마음이 제일 편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대리운전이나 주차를 부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활동할 때는 경쟁작도 챙겨봐야 하는 게 맞는데, 제가 연기를 따라 할 것 같아 우리나라 작품보다는 주로 외화를 본다. 그래서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운전하며 바깥 광경이나 스쳐지나가는 사람 등을 통해 연기적 영감을 얻는다.”

연기자 유승호. 사진제공|산엔터테인먼트


20대의 한가운데에 선 유승호는 지금 생각이 많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연기자로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갈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는 “어릴 때 생각했던 스물다섯은 뭐든 다 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뭘 할 수 있을까. 제가 생각한 스물다섯과 다르다. 전 아직도 옛날에 머물러 있는 사람 같다”면서도 “사고의 성숙함과 모든 일에 대해 노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앳된 외모로 인해 여전히 지금도 주점에 가면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는다고.

연기자로서는 자신에 대해 “잘은 못 하는데 열심히 하려는 부류에 속한다”고 평가한다.

“아직도 촬영장에 가면 긴장하고 떤다. 다른 배우들은 안 그러는데 저만 그런 것 같아 힘들었다. 아닌 척 하려고 해도 몸이 반응을 해버리니 미치겠더라. 이 정도 긴장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거 아닌가.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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