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흥부’ 정우 “주혁 선배 아직도 사무쳐”

입력 2018-02-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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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는 영화 ‘흥부’를 통해 처음으로 타이틀롤로 나선다. 그는 “역할을 의식하진 않는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세상을 바꾸려는 흥부 역 정우

마음에 울림 주는 영화 많이 하고파
아빠 역할? 집에 잘 못 들어가서 많이 미안하죠


1년여 만에 만난 배우 정우(37)는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 몸무게가 조금 줄어든 것 같아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영화 일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오는 그는 현재 영화 ‘이웃사촌’의 막바지 촬영에도 한창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2월. 정우는 영화 ‘재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240만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정우가 ‘흥부’를 통해 연기자로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시도한다.

주연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기대와 부담,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지만 정우는 “이번엔 조금 다른 기분”이라고 했다. “설렌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다”며 “아무래도 선배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선배님’은 지난해 10월30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 고 김주혁이다. 정우는 ‘흥부’의 출연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김주혁 선배님의 존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정우는 김주혁이 연기한 양반 ‘조혁’을 통해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다져나간다. 김주혁과 함께 이야기를 이끄는 두 축이다.

“영화에서 (김주혁)선배님이 나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주고 그렇게 내가 성장해나가는 것처럼, 실제로도 그와 비슷했다. 시사회에서 커다란 스크린에 나오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니까 정신이 혼미해지더라.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 ‘흥부’에서의 고 김주혁과 정우(오른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는 앞서 주연한 영화 ‘쎄시봉’의 연출자인 김현석 감독으로부터 김주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과 김주혁은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YMCA야구단’을 함께 해오면서 오랫동안 친분을 나누던 사이였고, 정우 역시 김주혁과 관련된 이야기를 김 감독으로부터 자주 접했던 터였다.

“영화는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니까. 그만큼 선배님의 존재는 컸다. 사실 흥부라는 이름이 주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데 시나리오는 그런 흥부전의 이미지와 전혀 달라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쎄시봉’부터 ‘히말라야’, ‘재심’까지 영화 주연배우로 활약해왔지만, 타이틀롤로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우는 “그런 걸 의식하진 않았지만 워낙 분량이 많다보니 촬영 기간 내내 가장 오래 현장에 있었다”며 “다른 배우들이 각자 촬영분량을 끝내고 떠나는 걸 보면서 혼자 남은 공허함을 느꼈다”고 웃음을 보였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는 정우는 “영화를 찍을 땐 중압감이 커서 다른 일은 전혀 신경 쓰지 못한다”고 했다. 촬영에 집중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아빠로서의 역할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 ‘흥부’의 정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는 2016년 1월 서울의 한 교회에서 동료 연기자 김유미와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해 그해 첫 딸을 얻었다.

이제 두 살이 된 딸에게 어떤 아빠인지 물었더니 그는 “아빠의 마음은 다 똑같다”면서도 “영화 촬영 때문에 집에 잘 못 들어가니까…”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촬영이 없으면 사실 집에서 잘 나오지 않지만 촬영할 땐 숙소에서 나오지 않는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촬영장 주변을 걷는 것 정도이다. 혼자, 조용하게 에너지를 채우는 스타일이다.”

‘흥부’는 설 연휴가 시작하는 14일 개봉한다. 공교롭게도 현재 ‘이웃사촌’을 함께 촬영하는 배우 오달수가 주연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개봉과 맞물린다. 정우와 오달수를 사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된 상황이다. 정우는 “나도 그 영화 예고편을 보고 한참 웃었다”며 “오달수 선배님도, 나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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