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염력’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영화 ‘염력’ 참신한 기획 불구 100만 못 미쳐
초능력이 영화의 흥행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류승룡·심은경 주연의 ‘염력’(제작 레드피터)이 개봉 2주째를 넘긴 12일까지 누적관객 98만 명(영화진흥위원회)을 모으는 데 머물고 있다. 1월31일 개봉해 상영 13일째가 됐는데도 아직 100만 관객 기록을 넘지 못했다. 워낙 개성이 강한 작품인 만큼 처음부터 폭발적인 흥행은 예상되지 않았지만 감독이 가진 인지도와 사전 기대치 등을 고려하면 지금처럼 저조한 성적 역시 의외라는 반응이다.
‘염력’은 개봉 초부터 관객의 평가가 엇갈렸다. 연상호 감독의 앞선 흥행작 ‘부산행’을 떠올린 관객에게는 극중 어설프고 촌스러운 ‘아재 히어로’가 실망감을 안겼다. 반면 감독이 ‘부산행’을 연출하기 전 주력해온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사이비’ 등을 좋아한 관객들은 사회와 사람의 이면을 비틀어 바라보는 ‘연상호 월드’의 연장선으로 ‘염력’을 받아들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관객의 반응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영웅 캐릭터(류승룡)와 이야기의 전개다. 제작진은 개봉에 앞서 ‘초능력’과 ‘히어로’를 내세워 관객의 기대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한국형’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할리우드 히어로무비와 ‘다른 길’을 간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미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대다수 관객의 눈높이와 취향의 벽은 견고했다.
물론 이런 시도는 정공법을 비껴가는 연상호 감독의 선택이기도 하다. 개봉 전 만난 감독은 “‘어벤져스’는 미국 시스템에서 나오는 영화이고, 한국에서 ‘어벤져스’를 만드는 건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하고, 다만 그게 무엇인가에 대해선 다들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서는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에 머물지만 ‘염력’에 대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서 소개되는 기회를 앞둔 만큼 ‘2라운드’가 남아있다. ‘부산행’에 열광한 해외 관객이 ‘염력’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거리다. 넷플릭스 공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내 VOD 서비스 시작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