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김, 부모님의 나라에서 ‘별’이 되다

입력 2018-02-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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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샛별’ 클로이 김이 13일 평창 휘닉스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만점에 가까운 98.25점의 기록으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에서 클로이 김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혼자만 날았다. 그리고 단 하나의 ‘별’이 됐다.

‘스노보드 천재소녀’가 평창 하늘을 훨훨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부모님의 나라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클로이 김(18·미국)이 13일 평창 휘닉스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만점에 가까운 98.25점을 기록하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클로이 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완벽 그 자체였던 예선과 결선

결선이 펼쳐진 휘닉스스노경기장에는 6000명에 육박하는 구름관중이 모였다. 아직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란 종목이 낯선 한국팬들도, 자국 선수를 응원하러 온 해외팬들도 화려한 공중묘기가 나올 때면 하나같이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며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물론 가장 뜨거운 함성이 터진 순간은 클로이 김이 슬로프 출발점에 들어섰을 때였다.

전날 예선에서 압도적 성적을 거두고 전체 1위로 결선에 오른 클로이 김은 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관심과 응원에 대한 보답은 화끈한 실력이었다. 올림픽 데뷔무대를 자신의 경연장으로 만들었다.

클로이 김은 결선 1차 시기에서 공중 3회전을 성공시키고 93.7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예선에서 홀로 90점 넘게 받은 터라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예상대로 선두 구도는 2차 시기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최종 3차 시기. 앞서 출발한 11명의 경쟁자들은 이번에도 90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최종주자로 나선 클로이 김은 모두의 환호 속에 ‘빅토리 런’을 펼쳤다.

우승을 확정한 최종주자만이 맛볼 수 있는 빅토리 런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주무기인 2연속 1080도 회전(공중 3회전 후 반대편 경사에서 다시 공중 3회전하는 기술)을 4m 공중에서 완벽하게 구사했다. 점수는 무려 98.25점. 천재소녀가 신성(新星)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클로이 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카메라 앞에선 영락없는 소녀

설원을 마음껏 휘젓던 클로이 김은 그러나 많은 카메라 앞에선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우승 직후에는 감격의 눈물을 짓기도 하고, 기자회견장에선 특유의 쾌활한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딸을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윤주란(46) 씨는 “딸의 밝은 성격이 나와 꼭 닮았다”며 웃었다. 이날 결선에는 아버지 김종진(62) 씨를 비롯해 어머니와 외할머니, 이모 등 온 가족이 함께했다.

클로이 김은 “부모님께서 나를 위해 늘 희생해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오늘은 우리 가족을 위한 경기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일단은 하와이언 피자와 햄버거, 감자튀김을 먹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내 인스타그램이 팔로워들로 폭발할 지경이다. 엄마도 팔로워 숫자를 늘리려면 빨리 내 사진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우승을 사실상 예약한 결선 1차 시기 직후 딸에게 “이제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타라”고 응원을 보냈다는 아버지는 “딸의 국적이 미국임에도 열렬히 응원해준 한국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사실 한국 사람을 한국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어색하다. 사는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한 뒤 “미국 국적을 지녔다고 해서 우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평창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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