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女컬링 사상 첫 메달, 꿈만은 아니다

입력 2018-02-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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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빙판 위의 체스’로 불리는 컬링은 1998나가노 대회 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16세기 중반 스코틀랜드의 심심풀이 놀이 중 하나였던 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유는 바로 용이한 ‘접근성’ 때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즐거움 또한 매우 크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대표팀이 관중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김경애~김선영~김영미~김은정~김초희로 구성된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는 중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세계랭킹은 8위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10개국 가운데 하위권에 해당한다. 올림픽 컬링은 예선에 참가한 10개 팀 중 상위 4개 팀에게만 결선(메달경쟁 플레이오프)행 티켓이 주어진다. 우리 대표팀은 단순히 랭킹으로만 봤을 때 분명 메달과 거리가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올림픽 이전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약체로 꼽힌 우리대표팀이 연달아 ‘거함’들을 침몰시키며 반전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다.

여자 컬링대표 김은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팀의 첫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캐나다였다. 캐나다는 4년 전에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예선전 무패, 11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팀이다. 이번 대회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로 뽑혔으나 태극낭자들의 돌풍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은 15일 열린 예선 첫 경기에서 캐나다를 8-6으로 격파하며 이변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일본에게 첫 패를 당했으나 곧바로 16일 만난 세계랭킹 2위 스위스를 7-5로 물리쳤다. 이틀동안 세계랭킹 1~2위 팀을 모두 무릎 꿇리며 단숨에 조 상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17일에 열린 ‘컬링 종주국’ 영국(세계랭킹 4위)과의 대결은 이제 대표팀이 더 이상 약체가 아님을 증명한 무대였다. 경기운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7-4의 결과로 예선 3승째를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랭킹 1·2위와 4위를 연달아 격파해 ‘의적’이란 색다른 별명을 얻은 여자 대표팀은 18일 열린 중국(10위)과의 맞대결에서도 손쉽게 승리를 추가했다. 후공으로 시작한 1엔드부터 단숨에 3점을 선취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중국이 후공인 2엔드와 4엔드에 1점씩을 허용했지만, 다시 후공을 잡은 3엔드와 5엔드에 3점과 4점을 추가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6엔드와 7엔드에는 연달아 점수를 내줘 잠시 위기를 맞았지만, 침착하게 8엔드에 2점을 추가해 중국의 항복을 받아냈다. 최종점수 12-5로 승리하면서 예선 4승1패를 기록했다.

컬링의 올림픽 역사 자체가 워낙 짧기 때문에 한국은 아직까지 컬링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러나 대표팀의 이번 깜짝 활약으로 무관의 역사를 평창에서 끝낼 기회가 찾아왔다. 결선까지는 이제 2~3승 정도가 더 얻으면 안정권이다. 남은 4경기 상대가 모두 만만치 않지만 앞서 강호들을 격파하면서 얻은 자신감을 십분 살린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컬링 태극낭자들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강릉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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