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이윤택 연출에 성폭행…낙태 후에도 이어져” [전문포함]

입력 2018-02-20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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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이윤택 연출에 성폭행…낙태 후에도 이어져” [전문포함]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및 성폭행 의혹에 관련해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 19일 이윤택 연출가는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지만, 성폭행 주장에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 한 여성은 “경찰서에 가자. 언론플레이 그만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후 배우 김지현은 자신의 SNS에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이윤택 선생님의 기자회견에 갔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것이라고…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에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 많은 이들의 증언처럼 황토방이란 곳에서 여자 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고, 저도 함께였다. 수위는 점점 심해졌고, 성폭행을 당했다. 2005년 임신 사실을 알았고, 조용히 낙태했다. 그 사실을 안 이윤택 선생님은 200만 원인가를 건네며 미안하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얼마 동안은 건드리지 않았지만, 그 사건이 잊혀갈 때 쯤 또 성폭행을 당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에 제가 자신의 사람이라면서…. 선후배들과 공연이 너무 좋고 행복해 나올 수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아프다는 핑계로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 하지만 이미 일상생활아 불가능했고,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고 지금도 치료를 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분명히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후배가 더 있을 것이다. 제가 이렇게 용기를 내는 것이 연극계가 바로 서는 일이고 다시 하늘을 똑바로 볼 수 있고 무대 위에서 떳떳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윤택 연출가의 둘러싼 성추문은 지난 17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A씨는 “19세이던 2001년, 20세였던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고, 이후 연희단거리패 활동 당시 이윤택 연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쏟아졌다.

한편 서울연극협회 측은 이윤택 사태 논란에 “이윤택 회원의 성폭력 사실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라 정의하고, 정관에 의거 최고의 징계 조치인 제명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지현 SNS 글 전문]

며칠 전 이윤택 선생님의 성폭력 사건이 밝혀지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연희단거리패에서 있었던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고 치유된줄 알았던 전 다시 심장이 뛰고 옴몸이 뻣뻣하게 저리고 눈물이 났습니다. 페이스북에 제가 아는 사람들의 글이 쏟아졌지만 전 용기가 없어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전 이윤택 선생님의 기자회견장에 갔습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것이라고 그래서 제가 받은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서 갔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선 전혀 변함이 없으셨습니다. 특히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씀에 저는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많은분들이 증언해 주신것 처럼 황토방이란 곳에서 여자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었고 저도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그 수위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혼자 안마를 할때 전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전 임신을 하였습니다. 제일 친한 선배에게 말씀을 드렸고 조용히 낙태를 했습니다. 낙태 사실을 아신 선생님께선 제게 200만원인가를 건내시며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후 얼마간은 절 건드리지 않으셨지만 그 사건이 점점 잊혀져갈때 쯤 선생님께서 또 다시 절 성폭행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던 아이기에 전 자신의 사람이란 말씀을 하시면서요. 괜찮다. 괜찮다. 이윤택 선생님과의 일 말고는 연희단거리패에서의 생활이 선배들과 후배들과의 관계가 그리고 그곳에서의 공연이 너무 좋고 행복해서 그곳을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습니다. 무대위에서 관객앞에 떳떳하게 서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조용히 그곳을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왔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 했고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 연희단거리패에 계신 선배님들께선 아마 이 사실을 모르실겁니다. 그때 용기내서 도와달라고 말씀 못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가 나온 이후에도 분명 선생님과 피해자만이 아는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분명 더 있을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 용기 내지 않아서 이 일이 흐지부지 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아픔을 힘겹게 꺼내준 피해자들이 또 한번 고통을 당할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용기를 내는 것이 연극계가 바로 서는 일이고 제가 다시 하늘을 똑바로 볼수 있고 무대 위에서 떳떳한 배우가 될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윤주선배님 죄송합니다. 나중에 만나서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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