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연극에 이어 이제 영화까지 불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이 거세게 불면서 그동안 음지에 있던 문화계의 병폐가 수면위로 떠올라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터질 게 터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반응이지만 수십 년간 ‘쉬쉬’거리고 묻혀있던 논란들이 이렇게 한 순간에 터진 것에 놀랍다는 반응도 있다.
지난 1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이 시작됐고 문화계에는 최영미 시인이 저명한 원로 시인 고은의 상습 성추행을 폭로하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후 연극계는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에 대해 공개했고 뒤를 이어 극단 목화 오태석, 그리고 배우 겸 교수인 조민기 역시 SNS를 통한 피해자들의 발언으로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연희단거리패 출신이자 영화배우 A씨 역시 과거 성추행 의혹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해서 성추행 의혹이 발생되고 있는 가운데, 충무로에도 ‘미투’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감독 B씨가 해당 영화와는 다른 프로젝트 오디션에서 신인 여배우들에게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제작사 측은 감독 B씨를 영화 홍보에서 일체 배제시키는 등 강력하게 대응을 했다고 전해졌다.
영화계는 최근에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 폭행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것 역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고백을 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건 당시)장면을 리허설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부적절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배우만 다르게 받아들였다”라며 “판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판결이 영화산업을 바꿔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여기저기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미투 운동’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극과 영화에 이어 드라마, 가요에도 번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부분 “‘미투 운동’은 이제 시작이다”라고도 했다. 한 관계자는 22일 동아닷컴에 “특히 가요계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연습생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인 10대들이다. 만약 과거 연습생 시절 중 성추행을 당한 이가 나서서 말한다면 이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별을 떠나 가해자들은 그 업계에서 ‘권력자’들이었다. 연극 연출가였고 영화감독이었고 또 교수였다. 이게 연극·영화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어떤 영역이든 갑을관계가 있고 강자와 약자가 있다”라며 “지금 추이로만 본다면, 다른 영역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