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안고 뛴 우리은행…미뤄진 우승 축포

입력 2018-02-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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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부친상에도 경기 지휘한 위성우 감독

“꼭 이기자” 다짐 불구 KB스타즈전 패배
2위와 1.5경기차…막판까지 우승 경쟁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24일 부친상을 당했다. 23일 위 감독은 부친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는데 그의 부친은 다시 일어서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24일 하루 밤새 부친의 빈소를 지켰던 위 감독은 25일 새벽 청주로 이동했다. 청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7라운드 원정경기를 위해서였다. 부친을 잃은 슬픔이 컸지만, 이날 KB스타즈와의 일전은 정규리그 우승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마냥 빈소를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위 감독은 “미국에 살던 형이 입국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데 자리를 비운 채 코치와 선수들에게만 맡기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에이스 박혜진은 “감독님이 마음 아픈 일을 당하셔서 선수들끼리 더 뭉쳐서 꼭 이겨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유니폼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뛰었다.

우리은행 박혜진. 사진제공|WKBL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이날 경기는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였다. 59-58로 KB스타즈가 1점 앞선 채로 돌입한 4쿼터 10분간 양 팀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펼쳤다. 우리은행이 골을 넣으면 KB스타즈에서 반격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무려 11번의 역전이 이어졌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위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하기 위해 온힘을 짜냈지만, 원했던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우리은행은 4쿼터 막판 박지수(16점·8리바운드)와 다미리스 단타스(21점·11리바운드·4어시스트)의 골밑 공격을 앞세운 KB스타즈의 공세를 당해내지 못한 채 72-76으로 패했다.

박혜진(14점·5리바운드·5어시스트), 임영희(19점·4리바운드·6어시스트), 김정은(10점·3리바운드) 등 우리은행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코트를 빠져나간 반면, 실낱같은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을 높인 KB스타즈 선수들은 환호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위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장례식을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KB스타즈의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도 미궁 속에 빠졌다. 승리한 KB스타즈는 25승7패를 기록하면서 1위 우리은행(27승6패)에 1.5경기차로 다가섰다. 남은 2경기를 우리은행이 이기면 KB스타즈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은행의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은 확정된다. 이미 플레이오프에 나갈 3개 팀은 결정됐지만 마지막까지 이번 시즌 여자 프로농구는 흥미진진하다.

청주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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