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추문’ 조재현·최일화 “사죄·반성”…곽도원·오달수 “사실무근”

입력 2018-02-26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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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조재현·최일화 “사죄·반성”…곽도원·오달수 “사실무근”

‘문화예술계의 성추문’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배우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회피하는 사람도 있다. 또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미투 운동’(Me Too Campaign/Me Too Movement, 해시태그로 #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의 왜곡, 훼손을 걱정하는 이도 있다.

먼저 성추문을 인정한 이는 배우 조재현과 최일화, 한명구다. 조재현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 나에 대한 루머는 ‘극장주 겸 배우’라고 거론하며 ‘’막내 스태프를 무릎 위에 앉히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과 다른 면이 있어 난 해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역시 당황스러웠고 짧은 기사 내용만으로는 기억을 찾기 힘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건 음해다’ 라는 못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또 사실과 다른 내용의 추측성 기사도 일부 있어 얄팍한 희망을 갖고 마무리되길 바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성보다 아주 치졸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나 자신이 괴물 같았고 혐오감이 있었다. 고백하겠다. 난 잘못 살아왔다.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다. 나는 죄인이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 난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 나 자신을 생각하지 않겠다. 일시적으로 회피하지 않겠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 지금부터는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다. 정말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일화 역시 26일 소속사 DSB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으로서 이번 미투 운동에 많은 배우가 연계되어 있는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나 또한 배우의 한사람으로 성추행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당시에는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던, 가볍게 생각했던, 나의 무지와 인식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나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 죄송하다. 현재 맡고 있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와 영화·광고,세종대 지도 교수직 등 모든 걸 내려놓겠다. 모든 관계자에게도 죄송하다는 말 전한다. 앞으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한명구도 “내가 씻을수 없는 상처를 준 피해 학생들에게 깊이 깊이 사죄한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극동대학교와 제자들에게 사죄한다. 지난해 저를 믿고 초빙해 주신 서울예술대학에 너무도 큰 누를 끼치게 됐다.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충격을 받으신 대학과 학생들에게 마음 깊이 사죄한다. 나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한 잘못된 행동으로 많은 상처와 아픔을 줬다. 나는 잘못 행동하고,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이제 나는 교수직과 예정되어 있던 공연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오로지 죄스런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매일 나의 잘못을 반성하며 속죄하겠다. 나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에게 사죄한다”고 전했다.

조재현, 최일화, 한명구는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성추문의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들은 모두 학생들 가르치는 교수로서 부도덕한 행동을 인정하고 모든 직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반면 교수직은 내려놨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과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이도 있다. 배우 조민기(본명 조병기)다. 조민기는 앞서 20일 JTBC ‘뉴스룸’을 통해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며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21일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과의 인터뷰에서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팔자에도 없는 교수한답시고 앉아 있으면서 1학기 때부터 시작해서 2학기 때까지 오는 게…. ‘아, 이제는 나 하나 다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족까지 다치겠다’ 싶어 진술서를 쓰면서 1차 사표를 제출했다”며 “교수한답시고 그나마 스케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7년을 근무했는데, 남는 게 이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교수라는 명예보다 내 모교고, 내 후배들이고, 그래서 와 있는 건데, 그런 학교에서 그런 음해가 계속되면 난 있을 이유가 없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같은 날 ‘뉴스룸’에서 “내 딸과 같이 너희 동갑이니까 친구하라고 했던 애들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연일 그를 향한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조민기 편에서 입장을 전하던 소속사도 그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2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조민기의 최근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전한다. 먼저 더욱 확실하고 면밀한 확인을 거치지 못한 첫 입장 표명으로 인해 많은 분에게 혼란과 불편함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며 “지속적으로 이어진 사태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꾸준히 인지해 왔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방안을 위해 고심해왔다. 해당 사건이 그 어느때보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무엇보다 배우와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못한 바, 수많은 고심과 논의 끝에 배우 조민기와 계약해지 하기로 했다. 다시 한번 모든 분에게 깊은 사과의 마음 전한다”고 밝혔다.

또 청주대 측은 총장, 교수회 등이 사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경찰은 이번 문제를 수사로 전환하고 사건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충북지방경찰청 측 관계자는 “연극학과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을 확보해 조민기 사건을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조민기는 입을 열었다가 닫은 경우라면, 오달수는 엿새 만에 성추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오달수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먼저 많은 분에게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지난 15일, 19일 이틀에 걸쳐 하나의 익명 아이디로 포털사이트상에 피해를 주장하는 댓글이 올라오고, 다시 삭제되는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내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 나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성추문 의혹)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댓글과 그 익명 댓글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를 접하는 순간,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다만, 내 입장을 밝혀드림에 있어 많은 분의 바람과 질타가 있음에도 시간이 지체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 이유는 현재 내가 참여하고 있는 영화의 촬영 일정이 24일까지 잡혀 있었다. 나는 배우로서 얼마 남지 않은 촬영을 마무리 짓는 게 도리이고, 촬영장을 지키는 것이 제작진에게 이번 건으로 인해 그나마 누를 덜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많은 스태프, 배우와 약속된 촬영 일정은 마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오달수는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익명 댓글에서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 안 벌어진 많은 일을 겪으며, 배우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매우 답답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내 입장을 신중하게 정리해 알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점 거듭 죄송하다”고 늦은 입장에 대해 사과했다.

오달수와 같은 연희단거리패 출신으로 알려진 곽도원 역시 자신을 향한 성추문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사실무근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임사라 대표(변호사 겸직)는 동아닷컴에 “곽도원을 특정한 성희롱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배우 필모그래피와 주장된 내용의 시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글을 확인하니 누리꾼이 주장하는 문제의 배우 활동 시기와 곽도원의 활동 시기가 다르다. 작성자는 곽도원과 7~8년 전 극단(연희단 거리패)에서 함께 활동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곽도원은 이미 퇴단한 상태였다. 당시 영화 ‘황해’를 촬영 중이던 시점이다. 곽도원이라고 주장하는 해당 글은 너무 터무니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다만 그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미투 운동은 ‘권력형 성추문’ 등을 폭로하고 동참하는 운동인데, 해당 글이 주장하는 시점에 곽도원은 무명 배우였다”며 “사실과 다른 추문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말도 안 되는 추문이 쏟아진다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성추문의 폭로와 의혹 속에 몇몇은 추악한 가해자로, 몇몇은 잘못된 폭로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번 ‘미투 운동’이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숨어 있는 또다른 가해자를 향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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