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준비와 열정, 압도적!’ U-23 김학범호 출범 뒷이야기

입력 2018-03-01 1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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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렸다. 허정무 프로축구 부총재와 감학범 U-23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학범(58) 감독이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2월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소위원회를 개최해 U-23 김학범호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김판곤(49)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직접 브리핑을 갖고 “현 상황에서 협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많은 응원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계약기간은 1~2차로 나뉜다. 김 감독은 8월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개막할 아시안게임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축구가 바라는 최대 목표는 2014년 인천대회에 이은 2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다. 그러나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모습과 내일의 비전을 보여준다면 김 감독은 2020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다.

그러나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계약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오늘 못하면 내일이라도 관둬야 하는 게 지도자의 운명”이라고 밝혔다. 6개월 후 아시안게임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그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생각이다.

선임 과정은 짧고도 길었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1월 말 후보군 10명을 선정했다. 이후 소위원회 위원들이 1차 조율을 거쳐 지난달 13일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다. 이 과정에서 소위원회는 해당 후보가 이끈 팀의 최근 2경기 이상을 면밀히 체크했다는 후문이다. 스타일과 철학이 뚜렷한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렇게 추려진 4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직후인 19일부터 22일까지 김 위원장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감독 이외에도 최용수(45) 전 장쑤 쑤닝(중국) 감독, 장외룡 전 충칭 리판(중국) 감독, 김병수(48) 전 서울이랜드FC 감독 등이 후보였다.

김학범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가 김 감독이었다.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다. PPT 작업을 통해 최근 U-23 대표팀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을 짚었다. 내용이 굉장히 알찼고, 디테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FC U-23 챔피언십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문제점 및 보완책 ▲U-23 챔피언십에서 확인된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의 특성 및 장단점 ▲현대축구의 전반적인 흐름 및 동향 ▲(감독으로 선임될 경우) 축구철학과 대표팀 지휘방안 ▲선수단 관리 및 와일드카드 활용 등을 세세히 녹여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가장 원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아예 자료를 전부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도 “혹여 내가 선임되지 않더라도 협회와 U-23대표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를 공유 받은 선임위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김 감독의) 준비가 정말 대단했다. 이렇게 꼼꼼한 자료들을 그토록 짧은 시간에 만들어 제출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만 마지막 쟁점은 있었다. 협회는 내부적으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완전히 분리하는 ‘투 트랙’ 운영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는 또 다른 ‘시한부 사령탑’을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었다. 임시 지도자가 온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일찌감치 “아시안게임을 잘 치른 뒤 검증과정을 거쳐 올림픽을 맡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부임 첫 인사에서 말을 뒤집게 되면 향후 행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었다. 결국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지도자 1명에 맡기는 당초 안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A대표팀이 유럽 원정을 떠나는 3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 기간을 활용해 첫 선을 보인다. 김 감독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을 소집해 단기 훈련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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