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더 불편하게’ 전남, 훨씬 무서워진다!

입력 2018-03-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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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렸다. 전남 유상철 감독이 2-1 승리하자 코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난달 6일 광양 클럽하우스에서 K리그1(클래식) 전남 드래곤즈 유상철 감독을 만났을 때 화두는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시즌 개막전을 통해 전남의 지향점, 그리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남이 태국 방콕에서 진행한 1차 동계훈련을 막 끝낸 시점이었다. 유 감독은 1월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탄 호아(베트남)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단판 플레이오프(PO)를 떠올렸다. 강추위 속에 눈이 흩날리고 미끄러운 그라운드에서 수원이 5-1로 대승한 경기였다.

수원은 전남이 올해 K리그1 개막전에서 만날 상대. 유 감독은 “이 경기에서 수원의 전체적인 틀을 확인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님께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다. 비록 원정이라고 해도 상대가 우릴 압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이 흘렀다. “질 때 지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패배만 해야 한다. 내용이 알차야 한다. 어느 누구도 우릴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해줄 것”이라던 유 감독의 의지에 따라 전남은 빈틈없이 준비했다.

물론 외부에서의 시선은 수원의 승리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데얀~바그닝요~임상협~이기제 등 굵직한 자원들을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 데려온 수원이 지난시즌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했고, 자칫 강등될 뻔한 전남을 쉽게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렸다. 전남이 수원에 2-1로 승리한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하지만 내용도 결과도 전남이 한수 위였다. 대부분이 껄끄러워하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은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다. 한찬희의 볼 배급은 환상적이었고, 유고비치는 안정을 줬다. 완델손.C는 위협적이었다.

볼 점유율만 46대54(%)로 다소 밀렸을 뿐, 전남은 슛 횟수(15개)도 유효 슛(7개)도 훨씬 많이 시도하며 수원을 괴롭혔다. 최전방의 데얀이 고립되자 수원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한 채 8000여 홈 관중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유 감독이 동계훈련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조직력과 자신감이었다. “전남은 최소한 중상위권에서 꾸준히 머물러줘야 할 팀”이라며 잔뜩 풀 죽은 제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름값은 뒤질지언정, ‘팀’에서는 밀리지 말자고도 이야기했다.

여기에 기본을 곁들였다. 패스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도록 했고, 선수가 볼을 따라다니기보다 볼이 선수를 따라다니는 쉬운 플레이에 매진했다. “정말 강호가 아닌 이상 상대가 우리 템포를 따라다니게 해야지 우리가 따라갈 이유는 없다. 상대를 힘들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유 감독의 이야기였다.

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렸다. 전남 최재현(오른쪽 두번째)이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결국 해냈다. 선제골을 넣었고, 동점골을 내준 뒤에도 굴하지 않고 반격에 나서 다시 결승골을 뽑았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뛰겠다는 강한 집념이 가져온 승점 3이었다. 무기력하고 아팠던 지난날과의 작별을 알린 순간.

그렇지만 전남은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넘어서야 할 벽이 많이 남았다. 당장 11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릴 포항 스틸러스와의 ‘포스코 더비’는 치열할 중상위권 다툼에서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놓칠 수 없는 승부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시도하는 전남의 축구는 더 무서워질 일만 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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