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외국인 내부경쟁, 전북의 또 다른 힘

입력 2018-03-06 18: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북 아드리아노-티아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클래식) 챔피언 전북 현대는 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했다. 골키퍼부터 최전방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쟁쟁한 자원들을 흡수했다.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A컵까지 ‘트레블(3관왕)’을 향한 의지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다용도 미드필더’ 손준호를 데려왔고, 장쑤 쑤닝(중국)에서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홍정호를 1년 임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기량이 검증됐고 K리그에도 확실히 적응한 외국인 공격수들도 영입했다.

브라질 공격콤비 아드리아노~티아고다. 2014년 대전 시티즌 유니폼을 입고 K리그2(챌린지) 득점왕(27골)을 경험한 뒤 FC서울로 향한 아드리아노는 중국 무대로 향하기 전까지 92경기에서 59골·12도움의 어마어마한 화력을 뽐냈다. 측면에서 특히 강한 티아고는 2015년부터 두 시즌 동안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FC를 거치며 17골·8도움(44경기)을 기록했다.

둘 모두 전북 최강희 감독이 몹시도 간절한 러브 콜을 보낸 자원들이다. 한 번 점찍으면 결코 놓치는 법이 없는 최 감독의 레이더망에 오른 순간, 전북 유니폼을 입는 건 기정사실이다. 오직 시기만 문제일 뿐.

실제로 아드리아노와 티아고는 거의 2년에 걸쳐 전북과 교감을 나눴다. 어느 정도 신분이 자유로워질 수 있음이 확인되자 최 감독은 다시 둘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이적료도 한 푼 들이지 않고 합류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전북과 최 감독의 정성을 선수들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 오매불망 기다려온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을 접한 아드리아노는 한시라도 빨리 전주에 입성하기 위해 밤잠까지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소도시가 고향인 아드리아노는 하루 두 차례 밖에 없는 배를 놓칠 새라 늦은 밤 집을 떠나 차에서 쪽잠을 청한 뒤 이른 새벽 출발하는 배를 타고 이동했다.

전북 로페즈(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들의 등장에 바짝 긴장한 것은 기존 브라질 공격수 로페즈. 2015년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6시즌 전북에 안착한 로페즈도 그해 ACL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지난시즌 K리그1 타이틀 탈환에 큰 역할을 했지만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마냥 반가울 리 없다.

물론 로페즈의 역할이 딱히 줄어들지는 않는다. 티아고와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윙 포워드 역할을 하고, 아드리아노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페즈는 브라질 동료들을 상당히 의식한다.

혹독하기로 정평이 난 팀 훈련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적정거리에 콘(위치 표식용 기구)을 놓고 진행하는 왕복 달리기는 모두가 싫어하는 프로그램이나 사력을 다한다. 로페즈의 개인 트레이너로 왔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북의 피지컬을 책임지는 지우반 코치가 “영양제를 서로 나눠먹으라”는 지시에도 애교 섞인 불평을 할 정도로 전부가 민감하다.

솔직히 로페즈만 그런 것도 아니다. 아드리아노도 훈련은 싫어하고 실전은 뛰고 싶어 하는 어쩌면 ‘이기적인’ 선수의 전형이나 전북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북에 온 이상 풀 트레이닝에서 100%를 발휘하지 못하면 출전은 없다.

전북의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은 “팀 훈련이 거의 전부다. 누가 나가도 120% 힘이 나오고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이곳에서 게으름을 부릴 틈이 없다”고 만만치 않은 내부 경쟁을 설명한다.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톈진 취안젠(중국)과의 ACL 조별리그 E조 홈 3차전에서 로페즈는 선발로, 아드리아노와 티아고는 벤치 스타트를 했다. 매 경기 달라지고 변화하는 전북의 외국인 라인업을 살피는 것도 쏠쏠한 흥밋거리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