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정규리그 우승 이끈 ‘DB산성’의 주축 김주성

입력 2018-03-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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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강원도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DB가 6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김주성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원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진심으로 행복한 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원주 DB의 베테랑 포워드 김주성(39·205㎝)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일찌감치 마음을 굳힌 그는 남자프로농구 선수로는 최초로 은퇴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선수로 치르는 마지막 시즌 그는 출전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승부처인 3·4쿼터 승리를 지키는 소방수 역할을 맡아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일조했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개인 기록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몸이 정상적이지 않았고,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했지만 정확한 슈팅 능력과 경기를 읽어내는 시야만큼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03~2004시즌 팀(당시는 TG삼보)을 정규리그 3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는 은퇴 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챔피언을 결정짓는 플레이오프(PO)가 남아 있지만 김주성은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DB 김주성. 스포츠동아DB


DB는 사실 김주성의 팀으로 대변됐다. 그는 프로에 데뷔한 이후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다. DB를 거쳐 간 많은 사령탑들은 김주성을 중심으로 전력을 구성했다. 그 정도로 김주성의 지배력은 대단했다. 그 덕분에 탄생한 DB의 별칭이 ‘산성’이다. 김주성과 윤호영 등 장신선수를 중심으로 한 수비 농구로 좋은 성적을 거둬 ‘DB산성’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6~2017시즌부터 김주성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몸싸움에 버거움을 느껴 외곽플레이에 집중했고, 스피드를 활용한 농구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다시 살아났다. DB의 지휘봉을 잡은 이상범 감독은 시즌 준비 단계부터 김주성에게 경기 후반부를 맡기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김주성도 이를 받아들여 하프타임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풀며 3·4쿼터에 집중했다. 조금이나마 부담을 던 김주성은 확실히 달라졌다. 밀려다녔던 골밑에서도 경쟁력을 회복했고, 그 덕분에 DB를 뒷심을 갖출 수 있게 됐다.

11일 서울 SK전에서 패하고도,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열렸던 전주 KCC-서울 삼성전 결과에 따라 극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김주성은 누구보다 환한 얼굴이었다. 그는 “사실 몸이 좋지 않다.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다. 하지만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정상을 향해 뛰는데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라며 “후배들 덕분에 이렇게 값진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직 경기가 남았다. PO에서도 팀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돕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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