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박정수 “데뷔전, 우상들과 함께 뛰어 행복했다”

입력 2018-03-13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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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멀고 먼 길을 돌아왔다. K리그1 무대에서 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일본,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 나름 제 몫을 다하며 축구를 해왔지만 자국 1부리그 팬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축구를 하고 싶었다. 그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 강원FC 늦깎이 데뷔생 박정수의 이야기다.

#1. 꿈에 그리던 K리그1 데뷔, FC서울 원정의 숨은 MVP

송경섭 감독은 지난 11일 2018 K리그1 2라운드 FC서울 원정경기가 시작하기 전 기자단 사전 인터뷰에서 “박정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영입했고 제 역할을 잘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K3리그에서 활약했지만 K리그1과의 수준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선수 본인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라커룸에서 미칠 듯이 요동치던 심장은 그라운드를 들어서는 순간 침착하게 뛰기 시작했다. 태국 프리미어리그 차이낫FC와 중국 갑급리그 스좌장 융창에서 뛰며 갖은 고생을 다 겪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박정수는 “그라운드에 서서 내 우상이었던 정조국, 이근호 같은 훌륭한 형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순간 긴장감이 많이 사라졌다. 이 형들과 함께라면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데뷔전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박정수는 강원FC 역전승의 숨은 MVP였다. 서포터즈들은 이날 경기의 수훈선수로 역전골을 터뜨린 주장 정조국 선수와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상대를 헤집고 다닌 이근호, 정석화 그리고 터프한 압박으로 상대 패스를 차단하고 실수를 유발하게 만든 박정수를 꼽았다.

이날 경기 내내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서울의 역습을 차단하고 역전승의 토대를 만든 박정수는 K3리그에 숨어있던 ‘흙 속의 진주’였다.

#2. “제 영광의 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올해로 31살. 2009년 내셔널리그 실업팀 대전한국수력원자력에서 시작해 이듬해 일본 2부리그 사간도스에서 뛰었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사간도스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실업팀 선수 출신에 해외리그 진출이라 하더라도 2부리그 진출이었으니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2011년 다시 내셔널리그 부산교통공사에서 뛰었고 2012년부터 중국과 태국 등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었다. 2015년 군 입대를 위해 K리그2 고양 HiFC에서 뛰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생활하며 K3리그 포천시민구단에서 축구선수경력을 이어갔다.

지난해 K3리그 챔프전 MVP(최우수선수상)도 받았다. 그러나 K리그1의 무대는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데뷔 이래 단 한번도 발을 들여놓게끔 허락하지 않았던 무대였기 때문이다. 이 무대와는 인연이 없다고 느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원FC로부터 오퍼가 들어온 것이었다. 이후 송경섭 감독이 직접 그를 찾아왔다.

“K3리그에서 뛰는 걸 봤습니다. 박정수 선수, 이제 더 이상 해외로 나가지 말고 강원FC에서 같이 합시다”

송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기에 더욱 놀라운 경험이었다. 국내에서 단 12명 뿐인 K리그1의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을 필요로 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다시 태국무대로 진출하려던 그는 강원FC에 합류했고 꿈에 그리던 데뷔전에서 대활약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 동안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묻자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

“내 영광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먼 미래에 축구인생을 돌이켜보면 지금을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3. 출발선을 지나면 뒤돌아볼 수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응원해주시는 팬들, 저를 믿어주시는 감독님, 우상이었던 선배님들, 그리고 모든 동료들에게 신임 받도록 열심히 할 생각 뿐입니다. 해외에서 5년 정도 뛰다 보니 강원FC에 처음 들어와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는데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주셨고 후배들도 살가워지면서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올해 목표는 20경기 출전이다.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높은 목표를 세워야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무조건 팀이 승리하는 플레이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사명감도 있다. K3리그와 K리그2에서, 해외의 작은 리그에서 뛰면서 아시아 최고 무대 중 하나인 K리그1 진출을 꿈꾸는 다른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그는 죽기 살기로 뛰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다른 것은 바라지 않고 오로지 내가 경기장에 서는 순간은 팀의 승리와 꿈을 쫓는 사람들의 간절한 얼굴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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