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 테크니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KGC 사이먼

입력 2018-03-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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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 데이비드 사이먼은 203㎝의 큰 키에도 화려한 기술 농구를 선보이는 선수다. ‘빅맨 테크니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작은 선수만이 ‘기술’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오랜 편견을 깨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세계 농구는 바야흐로 ‘기술’의 시대다.

볼 소유가 많은 가드만 기술이 다양한 것은 아니다. 김영기 KBL 총재는 좋은 기술을 가진 테크니션 영입을 유도하기 위해 신장제한(장신 200㎝이하·단신186㎝)을 강화 시켰지만 빅맨 테크니션도 충분히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안양 KGC의 주득점원 데이비드 사이먼(36·203㎝)이 좋은 사례다. 사이먼은 마냥 힘과 높이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빅맨이 아니다. 포스트 업에 이은 터닝슛과 훅슛은 기본이고 스크린도 잘 서기 때문에 국내슈터들의 움직임을 살리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부터 KGC에서 오세근(31)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만난 이후에는 공격 범위를 외곽까지 넓혔다. 오세근을 만나기 전 국내에서 세 시즌 동안 사이먼은 20개의 3점슛을 시도(5개성공)했던 사이먼은 최근 두 시즌 동안 183개의 3점슛을 시도해 58개를 성공(성공률 31.7%)시켰다.

올 시즌에는 3점슛이 아예 사이먼의 공격 옵션 중 하나가 됐다. 그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4경기에서는 8개의 3점슛 중 4개를 성공시켜 무려 5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상대팀 센터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골밑 수비도 어려운데 외곽슛까지 막아야 하니 여간 까다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KGC 사이먼. 사진제공|KBL


현대모비스를 꺾은 KGC는 28일부터 열리는 4강 PO(5전3승제)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와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KGC는 오세근이 발목부상을 당해 출전이 불투명하다. 사이먼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사이먼은 정규리그에서 ‘오세근 없이 하는 농구’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상태다. 오세근이 부상을 당한 6강 PO 3차전에서 37점·13리바운드, 오세근이 결장한 4차전에서는 35점·10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팀을 4강 PO로 이끌었다. 수비 전술에 있어서 국내 최고 지도자로 평가 받는 현대모비스 유재학(55) 감독마저 “사이먼은 제어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사이먼의 신장은 203㎝다. 현재 신장(재측정 가능)으로는 김영기 총재가 내세운 신장제한으로 인해 다음시즌에 KBL에서 뛸 수 없다. 그의 나이가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PO가 그에게는 KBL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빅맨 테크니션의 가치와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이먼의 마지막 불꽃이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타오르기를 KGC와 안양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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