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종영③] 무한도전의 경쟁자는 결국 무한도전이었다

입력 2018-03-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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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 사진제공|MBC

■ 김태호 PD 말로 본 ‘무한도전 13년’

연출자 김태호 PD가 3월31일 방송을 끝으로 MBC ‘무한도전’을 잠시 내려놓는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멤버들과 함께 10년 이상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김 PD는 매주 기발한 아이템을 발굴해 시청자를 마음껏 웃겼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았지만 부침 속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 유종의 미를 앞두고 있다. 김 PD가 스포츠동아에 전한 코멘트를 통해 ‘무한도전’의 13년을 짚는다.

● “초반에는 스토리텔링과 이슈 메이킹이 비교적 쉽게 가능했다.”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 장르의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전무후무한 독특함을 보여줬다. ‘초기 완전체’ 멤버인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의 캐릭터는 자신들의 특·장점을 드러내면서도 누구와도 서로 겹치지 않게 형성돼 다양한 이야기 구성이 가능했다.

● “점차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결과물 간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무한도전’을 모르는 시청자가 없을 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매주 예상 밖의 아이템으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안겼다. 자연스레 시청자의 기대치는 높아만 갔다. 시청자는 신선함을 갈구했지만 진하게 입혀진 ‘무한도전’만의 색깔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어려웠다. 오랜 시간 정성껏 준비한 아이템이 초기 아이템과 비교해 덜 주목받는 일도 많았다.

MBC ‘무한도전’. 사진제공|MBC


● “지금의 ‘무한도전’이 문제가 있어 멈추는 건 아니다.”

‘무한도전’은 3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갖는다. 지금보다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는다. 항간에는 제작진과 멤버들 간의 불화로 ‘무한도전’이 종영한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김 PD가 멈추는 이유는 단 하나.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맞춰 멤버들과 함께 다시 돌아오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다.

● “‘무한도전’이 ‘1등 예능’보다는 ‘특별한 예능’이 되길 바란다.”

‘무한도전’을 향한 김태호 PD의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연출자로서 한 프로그램에 10년 이상 몸담고, ‘국민예능’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하지만 단순히 1등을 바라진 않는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을 원한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경쟁이 아닌 ‘무한도전’만의 평가 잣대에 따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 김 PD는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잘 굴러갈 힘이 꽤 있다고 믿는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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