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방송가는 ‘김생민 지우기’

입력 2018-04-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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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생민. 사진제공|KBS

20년 동행 ‘동물농장’은 통편집
‘연예가중계’선 가해자로 등장


‘하차, 삭제, 편집, 대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생민이 현재 방송가에서 처한 상황이다. 현재 방송가는 ‘김생민 지우기’로 분주하다.

2일 김생민은 10년 전 자신이 출연한 TV프로그램의 한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출연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8일 방송한 MBC ‘출발! 비디오 여행’과 SBS ‘TV 동물농장’에 김생민은 없었다.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영화를 소개하던 김생민의 목소리는 성우로 대체됐고, ‘TV 동물농장’에서는 ‘통편집’ 당해 그의 모습은 화면에서 찾을 수 없었다. 출연자 단체사진에서도 김생민은 사라졌다. 두 프로그램에 20년 가까이 출연하며 터줏대감으로 활약하던 그는 ‘편집’과 ‘삭제’의 방식으로 최악의 마지막을 맞았다.

다른 프로그램의 제작진도 ‘김생민 지우기’ 방법을 두고 고민중이다. 일단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김생민 분량을 편집하고, 그의 자진하차 의사를 받아들여 결방 없이 정상 방송했다. 7일 결방한 케이블채널 tvN ‘짠내투어’는 김생민을 대신할 인물을 물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생민의 ‘짠돌이 이미지’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기획했기에 대체자 선정이 쉽지 않다.

치욕스러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KBS 2TV ‘연예가중계’에 20년간 리포터로 출연하며 각종 연예가 소식을 전해온 김생민이 6일 방송에서는 ‘미투’ 사건의 가해자로 자료화면에 얼굴을 드러냈다. 사건이 드러나기 이전부터 이날 방송의 출연 분량이 원래 없어 김생민의 ‘연예가중계’ 하차도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모양새다.

김생민이 데뷔 25년 만에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된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은 방송을 잠정 중단하지만 사실상 폐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김생민의 이름을 내세웠으며, 김생민 없이는 프로그램 제작이 불가능한 기획의도이기 때문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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