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피시스터즈’ 한영 “마흔살에 처음 만난 주연…‘진짜 한영’ 보여주고 싶어”

입력 2018-04-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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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연기자 한영은 더 보여줄 게 많은 사람이다. 2005년 데뷔한 후 한정된 이미지 소비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그는 “이제 시작”이라며 “하나의 모습에 한정하지 않고” 진짜 한영이 가진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SBS 아침드라마 ‘해피시스터즈’ 한영

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딪혀가며 연기했는데
미녀그룹 LPG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억울해
이젠 물 흐르듯 진짜 내 모습 보여주고 싶어
결혼? 아직도 안 해본 역할이 너무 많은걸요


편견과 선입견은 무서운 거다. 과거의 한 모습만 보고,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해 생각해버린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만큼 잔혹한 일도 없다. 현재 방송중인 SBS 아침드라마 ‘해피시스터즈’의 주연을 맡은 한영(40)은 오늘도 자신에게 둘러싼 편견의 벽을 넘기 위해 묵묵히 싸우는 중이다.

2005년 여성그룹 LPG로 데뷔한 한영은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후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다졌다. LPG는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 출신의 미녀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Long Pretty Girls’의 약자다. 당시 활동하던 걸그룹의 멤버들의 이미지가 주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면, LPG는 원숙한 여성미로 그들과 차별화를 이루며 사랑받았다.

당시의 모습이 너무나 강렬한 탓인지 아직도 한영을 가수로 아는 이가 많다. 또 아침드라마를 챙겨보는 이들이 아니라면 주요 무대였던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한영이 긴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제가 연예활동을 쉬고 있다거나 아예 활동을 접은 줄 알 거다. 과거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몸이 좋지 않았던 5년의 시간을 제외하고 꾸준히 활동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가수 겸 연기자 한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영은 이제 연기자로 자리매김했지만 그전까지 방송 관계자와 대중에게 “LPG 한영? 다 보여줬잖아. 더 보여줄 모습이 있나”라는 말을 듣곤 했다.

“억울하다. 제 생각에는 제 진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뭘 해도 대본에 있는 내용대로 해야 했다. 솔직하고 리얼한 모습보다는 무조건 착해야하고, 항상 밝고 예쁜 모습만 보여줘야 했으니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지 못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의 모습도 제 모습이긴 해도, 제가 가진 모습을 전부 소진시킨 것처럼 평가받으니까 섭섭했다.”

한영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성격이 활달한 편이기도 하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강압적이고 어려운 분위기에서 활동해 습관처럼 몸에 밴 행동이기도 하다.

“지금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많지만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처럼은 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자유로움의 상징인 사수자리에 말띠의 성향을 가졌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물 흐르듯이 바람처럼 하고 싶다.”

SBS 아침드라마 ‘해피시스터즈’의 한영. 사진제공|SBS ‘해피시스터즈’


한영이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처럼 물 흐르듯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2016년 조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내 사위의 여자’ 속 모습을 좋게 보고 ‘해피시스터즈’의 연출자 홍상욱 PD가 “한번 보고 싶다”고 연락한 게 계기가 됐다. 극중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아 주연까지 맡았다.

“솔직히 주연을 맡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오디션을 3번 정도 봤는데, 그 안에 ‘죽어라’ 연습해갔다. 노력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저는 연기자로 ‘정식 코스’를 밟은 게 아니지 않나. 작은 역할이라고 해도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가면서 배우는 등 치열하게 연습해야했다. 시트콤은 신인 때부터 자주 해봤지만 정통 연기를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전작에 출연할 때도 연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목표가 생겼다. 한 번 시작한 거 제대로 연기해보고 싶다.”

한영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해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자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김건모 집에 초대받아 간 한영은 주위사람들로부터 “둘이 잘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저에 대해 몰랐던 분들이 많았나보다. 방송 후 전화를 그렇게 많이 받아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김)건모 오빠도 농담 삼아 이쯤 되면 우리 잘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하하하!”

가수 겸 연기자 한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어느덧 마흔이다.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그는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미혼’보다는 ‘비혼’이라는 단어가 더 좋다는 그다.

“언젠가 한 걸그룹 멤버가 방송에서 남자친구는 있다, 없다 하는 거라고 하던데, 무릎을 탁 쳤다. 맞는 말이더라. 늘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없는 것도 아니고. 하하!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드라마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직 해보지 않은 게 너무 많아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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