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콘텐츠를 함께 시청한다는 것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스포일러와 조우하고, 정주행 새치기(같이 시청하기로 약속했으나 먼저 봐버려서 정주행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를 당하게 되는 위험에 노출됨을 뜻한다. 반면 반려동물들은 채널 주도권을 주장하지 않고, 타이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판단하지 않는다. 조사에 응한 한국 회원들의 83%는 반려동물과 넷플릭스를 시청한 적 있고, 64%는 그들을 정주행 짝꿍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무섭거나 슬픈 장면이 나오면 꼭 끌어안을 수 있게 해준다고 응답한 비율이 25%, 함께 본 타이틀에 대해 반려동물과 대화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3%라니 괜히 반려동물이 베스트 정주행 짝꿍으로 선정된 게 아닌 듯하다.
물론 반려동물과의 정주행이 항상 평탄한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40%는 반려동물이 더 편하게 앉아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의 자리를 옮긴 적 있다고 답할 만큼 파트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41%는 반려동물이 정주행 중 자리를 비울까 간식을 뇌물로 바쳤다고 밝혔고, 16%는 반려동물이 타이틀에 큰 흥미를 갖지 않을 때는 재생 정지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은 타이틀은 무엇일까? 개를 키우는 주인들은 ‘나르코스’나 ‘마블 데어데블’과 같은 액션 영화를 꼽았고, 고양이의 집사들은 ‘블랙미러’나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와 같은 SF 시리즈를, 새의 주인들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같은 코미디물을 각각 반려동물 대상 인기 작품으로 선정했다. 한편, ‘기묘한 이야기’는 장르와 상관없이 모든 반려동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최고의 인기 타이틀로 밝혀졌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