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함께 가면 멀리 간다! 강백호&박병호 향한 KT&넥센의 배려어린 시선

입력 2018-04-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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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넥센 박병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해 KBO리그에는 전에 없이 신선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KT 강백호, 두산 곽빈, 삼성 양창섭, 롯데 한동희 등 이제 갓 고교를 졸업한 1999년생 어린 선수들이 예사롭지 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벌써 어엿하게 각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강백호는 넥센을 상대로 3~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 원정 3연전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록 홈런포를 터트리진 못했지만, 사흘 연속 2루타로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특히 5일에는 2-3으로 뒤진 9회초 무사 1루서 대타로 투입돼 넥센 마무리 조상우로부터 동점 2루타를 빼앗아 고척돔의 원정 팬들을 들뜨게 했다.

이 3연전은 넥센 박병호(32)와 강백호의 첫 만남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박병호는 성남고 3학년 때인 2004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전무후무한 4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일찌감치 주목 받은 거포다. 그러나 높은 기대심리에 부담감이 컸던 탓인지 LG를 떠나 넥센으로 옮긴 2011시즌 중반 이후에야 재능을 꽃피웠다. 그런 대선배를 3연전 동안 그라운드와 덕아웃에서 지켜보던 강백호의 눈에는 유독 호기심이 가득한 듯했다.

박병호와 달리 강백호는 출발단계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강백호의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 먼저겠지만, 될성부른 떡잎을 정성들여 가꾸는 KT의 팀 분위기 또한 고무적이다. 강백호보다 열다섯 살 많은 주장 박경수부터 솔선수범해 ‘벽’을 허물며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3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대화하던 박경수는 그 곁을 지나가던 새까만 후배에게 스스럼없이 “강(백호) 선배님, 식사는 하셨습니까?”라는 농담을 던졌다.

사진제공|kt wiz


그 뒤로도 제법 길게 이어진 박경수의 얘기에서 강백호와 KT의 ‘궁합’이 잘 맞겠다는 짐작이 들었다. 지난해까지 중심타선에 포진했던 박경수는 올 들어 하위타선으로 밀려났다. 조금은 서운할 법 한데도 그는 “스프링캠프부터 예상했다. 내가 밀린 것이 아니라 지금이 정상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선수라면 다 안다. 스프링캠프 때 훈련하면서 각자 타순을 짜보고 자기가 몇 번에 들어갈지 계산하는데, 내 자리가 딱 7번이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KT는 지난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3루수 황재균을 4년 총액 88억원에 영입했다. 1루수 윤석민,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함께 황재균이 KT의 새 중심타선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박경수는 이런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 얼굴을 더욱 적극적으로 한 식구이자 동료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실력 있는 후배 강백호를 감싸 안으려는 진심이 그의 농담에서도 묻어났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강백호라는 슈퍼루키를 팀의 간판스타를 넘어 한국야구의 슈퍼스타로 키워야 할 KT가 앞으로도 줄곧 잊지 않고 되새겼으면 하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의 얘기를 전하고자 한다. 지난 2년간 미국에서 결코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낸 박병호를 향한 넥센 선수단의 배려와 동료애가 가득 담겨있다.

넥센 박병호.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돌아와서 모두 든든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병호에게 지나친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고 다들 노력한다. 야구가 1번부터 9번까지 각자 역할이 있고, 그만큼 책임을 나눠야 하는 운동인 것처럼 병호 홀로 무거운 짐을 지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병호가 비록 스스로 도전을 택해 지난 2년간 미국을 다녀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만큼) 워낙 예민하고 여린 성격이라 더욱 더 팀원들의 그런(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박병호는 이처럼 따뜻한 팀원들의 격려 속에 지난 2년간의 공백을 차근차근 메워나가고 있다. 또 팀의 리더답게 묵묵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5일 KT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선 연장 10회말 1사 1·3루서 끝내기안타로 4-3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구속으로 구단 안팎의 분위기가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넥센 선수단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원동력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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