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주년 맞은 조용필 “라디오시티홀 공연,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입력 2018-04-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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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이란 수식어는 조용필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반세기 동안 노래만 불러 ‘국민가수’라는 평가를 받는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회를 밝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데뷔 50주년…‘영원한 오빠’ 조용필을 만나다

‘꿈’ ‘추억속의 재회’ 가장 애착가는 곡
방탄소년단·엑소·빅뱅 노래 자주 들어
50주년 앨범-20집, 올해 발매 힘들듯
건강 비결은 소식…오후 6시 이후 금식


반세기 동안 노래만 불렀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어서 불렀을 뿐”이다. 1968년 무대에 오르기 시작해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68)의 말이다. ‘최초’ ‘최고’ ‘최다’로 수식되는 각종 기록을 대거 보유한 ‘국민가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그는 ‘가왕’이라는 말조차 “부담스러워서 싫다”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용필은 “대한민국 가수로 태어나서 너무 행복하다”며 “50년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보답할 길이 없을 것 같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얀 정장에 진갈색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한 그는 “이런 대접이나 관심을 받으려 음악을 한 게 아닌데, 어떤 평가를 해줄 때마다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조용필 히트곡이기도 한 ‘어제 오늘 그리고’라는 주제로 조용필의 음악인생 50년을 조명했다. 그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최근 평양 예술단공연, 그리고 새 앨범 이야기 등을 풀어냈다.

가수 조용필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다.

“오랫동안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지,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한 게 아니다. 음악이 좋고, 듣는 걸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면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자극도 받고 고민도 하게 된다.”

조용필은 ‘기록의 사나이’다. 1980년 발표한 정규 1집은 단일앨범 최초로 100만장 이상 팔렸고, ‘고추잠자리’의 엄청난 히트로 인해 당시 음악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텐’은 연속 1위 횟수를 제한시켰다. 2008년 8월 한국가수로 처음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홀에서 공연했다. 5000석 규모의 라디오시티홀은 1932년 12월을 문을 연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의 음악 공연장으로, 매년 6월 토니상 시상식이 열리는 유서 깊은 장소다.


-50년 음악인생에서 기억에 남거나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라디오시티홀 공연이다. 그곳은 ‘자격’을 보는 공연장이다. 그날 공연장을 사용하겠다는 가수들이 전 세계에서 13명이 있었다. 나는 2003년과 2005년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진행한 공연을 자료로 냈다. 그것으로 바로 통과됐다.”


-가장 애착이 남는 앨범은.


“정말 말하기 어렵다. 곡으로 따지자면 있을 수 있다. 13집 수록곡 ‘꿈’이나 12집의 ‘추억속의 재회’가 그렇다. ‘꿈’은 비행기 안에서 만든 노래다. 지금도 노래 연습할 때 가장 먼저 한다. 목을 푸는 데 최고다.”

가수 조용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9집 ‘바운스’로 세대통합까지 이뤄냈다. 당시 초등학생들도 열광했다.

“열광은 아니다. ‘몰랐던 사람을 알게 됐다’는 정도일 거다.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찾아서 나온 게 ‘바운스’와 ‘헬로’였다.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말을 알고 있나.

“물론이다. 제가 꼰대다. ‘꼰대’라는 건 누구나 오는 거다. 쉽게 받아들이면 된다. 거북스럽거나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나는 꼰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일부러라도 ‘내일모레면 나이 70’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많아도 음악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 되지 않나. 80세가 될 때까지 음악을 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본 후배가 있나.

“누구라고 이야기할 순 없다. 어떤 한 가수가 유명하다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는 거다.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이나 엑소, 빅뱅 노래도 찾아 듣는다. 노래를 잘하든가, 잘생겼든가, 매력이 넘치더라. 제가 지금 활동했으면 절대 안 됐다. 일찍 태어나서 음악을 해서 다행이다. ‘비주얼’로는 내가 빠지지 않나. 키고 작고. 하하! 별명 중에 ‘작은 거인’이 있는데 나는 그냥 작은 거다.”


-50주년 앨범이나 20집은 언제쯤 발표될까.

“20집은 꼭 내야 하는 앨범이라 온 신경이 집중됐다.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과했던 것인지, 마음에 들지 않은 게 많아서 6~7곡 완성됐다. 5월 50주년 투어 때문에 작업을 모두 중단했다. 올해 앨범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걸 동시에 못 하는 성격이다.”

가수 조용필이 지난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 리허설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평양공연을 다녀왔는데.(조용필은 감기와 후두염을 앓았다.)

“자책을 많이 했다.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의료진도 따라 갔지만 잘 먹지도 못했다. 최악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북한 음악이 우리와 많이 다르기에 우리 음악을 쉽게 받아줄까, 어떻게 생각할까 굉장히 궁금했다.”


-평소 목이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소식하는 편이다. 오후 6시 이후로는 전혀 안 먹는다. 술은 몇 달에 한 번 마신다. 목소리는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할 수 없다. 다만 어느 부분에서 취약한지, 미리 파악해서 노력하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 중저음에서 힘이 빠진다. 중저음만 골라서 중점적으로 연습한다.”


-50년간 한결같이 음악을 한 비결은.

“처음 음악을 접하고 인식한 게 5~6세 때다. 동네 어른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충격받아, 그날 아버지한테 하모니카를 사달라고 했다. ‘푸른 하늘 은하수’를 부른 게 시작이었다. 취미로 하려 했지만,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고 1968년 미8군에서 연주하다보니 무대에 매력을 느꼈다. 음악을 연구하다 새로운 걸 발견하고 충격받으면서 여기까지 온 거다. 죽을 때까지 배우다 끝날 것 같다.”

가수 조용필(오른쪽).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바운스’ 앨범을 내놓을 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폭탄을 들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 저를 좋아하고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평생 제 노래만 듣고 살아왔는데, 내가 그만두면 배신감 들지 않겠나. 허락되는 날까지 음악을 계속할 거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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