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500이닝 던지는 불펜의 고단함

입력 2018-04-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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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시즌 동안 70이닝 이상 던진 삼성 심창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7년 KBO리그에서 전체 선발진이 800이닝 이상을 책임진 팀은 LG(824), KIA(818.1), 두산(801) 뿐이었다. 리그 10개 팀 중 7개 구단은 선발진이 800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했다.

KBO는 팀 당 144경기를 치르는 리그다. 한 해 1270이닝 안팎을 진행한다. 선발투수가 800이닝을 책임진 팀도 한 경기 평균 5.2이닝이 되지 않는 수치다. 나머지 이닝은 모두 불펜 투수의 몫이었다.

반대로 2017년 불펜 투수가 500이닝 이상을 던진 팀은 5곳이나 된다. NC와 롯데, 한화, KT, 삼성 불펜진이 모두 500이닝 이상을 던졌다. 한 경기 평균 3.2이닝에 가까운 수치다. 삼성의 경우 불펜 투수가 563.1이닝을 던졌는데, 경기당 4이닝 가까이를 책임진 셈이다.

리그 최고의 베테랑 사령탑인 NC 김경문 감독은 “타고투저가 계속되고 있지만 선발투수가 자신의 승패를 스스로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7회 이상 버텨주면 불펜에 숨통이 트인다. 그러나 워낙 빅 이닝이 자주 나오다 보니 불펜에 많은 투수가 투입되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항상 투수들의 선수생명을 생각해야 한다. 3연투까지 투입되는 상황도 최대한 피한다. 그러나 시즌 말 기록을 보면 50~60경기, 80이닝씩 던진 불펜 투수들이 나온다”며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불펜 투수들을 더 잘 대우해줘야 한다. 리그 전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대우’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불펜 투수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과 함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해 중간계투로 89 2/3이닝을 던지며 10승을 기록한 김진성. 스포츠동아DB


지난해 선발 투수 중 1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17명뿐이다. 팀 당 평균 2명이 되지 않는다. 170이닝 이상 투구는 단 12명뿐인데 모두 팀에서는 보배 같은 존재들이다.

김경문 감독 스스로도 지난해 선발진의 잦은 부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투수를 전원 교체한 결정적 이유도 건강하게 선발로테이션을 완주하며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를 원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도 마운드에서 불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팀 당 162경기를 치리는 빅 리그에서 이닝이터의 존재가치는 더 높다. 그러나 시즌 200이닝 투수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 2013년 34명, 2014년 33명이었던 200이닝 이상 투수는 2015년 28명, 2016~2107년 각각 15명으로 최근 몇 년 사이 반 토막이 났다. 170이닝 이상 투수는 2014년 77명이었는데 지난해 45명으로 줄어들었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 팀 당 경기수가 18경기 적지만 투수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타고투저는 계속되고 있다. 불펜 비중은 어쩔 수 없이 더 커지고 있다. 베테랑 감독의 조언처럼 부상 방지책 마련 등 불펜 투수들에 대한 더 나은 ‘대우’가 필요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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