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가수 ‘닐로’의 역주행 논란…“순위조작” vs “마케팅”

입력 2018-04-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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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수 닐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노래 ‘지나오다’의 온라인 음원차트 순위가 급상승하면서 ‘사재기’ 의혹에 휘말렸다.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 새벽 음원차트 1위의 진실은?

작년 10월에 낸 ‘지나오다’ 돌연 1위
소속사 “바이럴 마케팅” 해명 불구
누리꾼들 의혹…국민청원까지 등장


한 무명가수의 ‘차트 역주행’이 음원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된 노래가 뒤늦게 차트 순위권에 진입하고 1위까지 차지하는 일이 어렵지 않게 목격되지만, 이번 사례는 바이럴 마케팅이 음원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제와 논란의 주인공은 2015년 데뷔한 가수 닐로. 그가 작년 10월 발표한 ‘지나오다’는 멜론차트 600위권에 머물다 순위가 급상승하며 지난 주말 정상에 올라 ‘사재기’ 의혹을 낳았다. 특히 ‘지나오다’의 이용자수가 새벽시간대에 오히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혹은 더 커졌고, 급기야 “음원 사재기와 순위 변동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새벽시간대는 음악소비가 줄어들어드는 게 상식이고, 특히 아이돌 팬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가수들의 순위를 올려놓기 위한 ‘스밍’(집중적 음악 재생)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닐로는 대중에도 낯선 이름이고, 현재 음원 상위권인 트와이스나 엑소 첸벡시, 위너를 능가하는 팬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닐로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리메즈) 측은 SNS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사재기 의혹을 부인하며 “바이럴 마케팅의 노하우”라고 역주행 비결을 ‘소개’했다. 다만 그 ‘노하우’는 공개하지 않았다.

리메즈는 SNS 활용에 강점을 가진 인터넷 바이럴 마케팅 회사다. ‘너를 위한 뮤직차트’ ‘너만 들려주는 음악’ 등 여러 개의 음악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특정 노래를 거론하며 ‘노래는 좋은데 소속사가 일을 안 해 묻힌 노래’와 같은 문구로 SNS 이용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SNS 이용자의 관심이 모아지고 ‘좋아요’ 수가 높아지다 보면, 해당 노래는 ‘흙 속의 진주’ 같은 노래가 된다.

사진출처|멜론 실시간 차트 캡처


닐로에 앞서 순위가 급상승하는 ‘역주행’ 현상 끝에 1위를 차지한 그룹 장덕철 역시 닐로와 같은 소속사라는 점에서 리메즈의 바이럴 마케팅은 ‘누구든 1위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게 했다. 동시에 팬덤이나 마케팅이 아닌, 오롯이 음악 자체의 힘으로 대중의 평가받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차트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편 리메즈는 누리꾼들의 의혹제기가 끊이지 않자 “관련 기관의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입장과 함께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대응 계획도 밝혔다.

리메즈는 15일 “현재 일부 누리꾼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유포하고 있다. 해당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회사의 명예훼손을 막고자 강력한 법적대응을 결심했다. 조작된 증거로 리메즈와 소속 아티스트, 그리고 저희 음악을 사랑해 주신 팬들을 우롱한 행위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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