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을 처음으로 미소 짓게 했던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 이번에는 그녀를 처음으로 소리 내 울게 했다. 이지은의 불우했던 과거도, 그로 인한 거칠어진 모습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 속에 감춰진 진짜 모습을 봤고, 기꺼이 편이 돼줬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초록뱀미디어)의 거친 여자 지안(이지은)은 감정표현에 몹시 메마른 인물이다. 오로지 살기 위해 먹고 일하는 삶을 버티는 이유는 병든 할머니 봉애(손숙)를 건사하는 것뿐. 이처럼 퍽퍽한 삶은 지안에게 마음껏 웃고 울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그녀가 혼자 지고 가기엔 삶의 무게가 너무 힘겨웠다.
그래서일까 지난 7회 방송에서 자신의 인생을 향해 힘내라는 듯 “행복하자”라고 말하는 동훈(이선균)의 앞에서 마음 편히 웃는 지안은 가슴 한쪽을 찡하게 하는 먹먹함을 불러일으켰다. 지안에게는 언제나 건조하고 차가웠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좋은 어른으로 마주한 동훈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보통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몹시 반갑고 대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9회에서 지안이 광일(장기용)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고도 등 돌리지 않은 동훈의 진심은 결국 지안을 소리 내어 울게 했다.
춘대의 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지안의 과거사는 가슴 아팠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남긴 빚을 모두 떠안고 병든 할머니를 보시고 살아온 지안. 과거에는 사채업자인 광일의 아버지에게 시달렸고, 현재에도 광일의 괴롭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안의 인생은 그녀를 경직된 인간으로 만들었다.
이후 지안의 빚을 대신 청산하려 광일을 찾은 동훈은 그보다 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됐다. 광일의 증오가 시작된 이유는 지안이 광일의 아버지를 죽였기 때문이라는 것.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라던 동훈에게 지안이 “어쩔 땐 이렇게 평생 불안하게 사느니. 그냥 세상 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당시 불우하고 끔찍했던 과거가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지안에게 “너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들어도, 모른 척해줄게”라고 약속했던 동훈은 지안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나 같아도 내 식구를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다르지 않다는 동훈의 외침에는 비난이 아닌 진심이 담겨있었고 그래서 지안은 오열했다.
춘대는 사실 과거 지안 집안의 빚쟁이였지만 어린 그녀를 건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이 뭐였는지 중요한가요. 마음이 어디 논리대로 가나요”라고 했다. 이처럼 이성과 논리가 아닌 묵묵한 이해와 진심으로 곁을 지켜주는 것, 자신도 모르는 새 지안에게 좋은 어른이 된 동훈이 그녀를 웃고 울게 만든 이유다.
그리고 세대, 차이, 격차 등을 넘어 등 돌리지 않는 진심을 담은 이해가 이 시대를 겪어내는 힘겨운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진짜 어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tvN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