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①] 지현우 “어느덧 30대 중반…이제 연하남 연기는 오글거려요 하하”

입력 2018-04-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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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소설’로 7년 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지현우는 “20대 땐 사람들에게 냉정한 편이었다면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며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여줬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연기자’ 지현우
살인소설, 무겁지 않게 사회문제 비판
연기로 피해자들 위로해주고 싶었다

▶ ‘음악인’ 지현우
기타 안 친 지 오래, 열정 식었나봐요
요즘은 이문세 선배님 노래에 꽂혔죠

▶ ‘인간’ 지현우
일 없을 땐 집에서 드라마 본방사수
연애요? 예전보다 더 힘들더라구요


배우 지현우(34)가 돌아왔다. 연기활동은 늘 열심이지만 스크린에 나서기는 7년 만이다. 반가움이 들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그런 마음은 지현우도 마찬가지. 25일 새 영화 ‘살인소설’을 내놓는 그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마침 미세먼지도 사라진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지현우를 만났다. 화사한 봄 햇살을 담은 듯한 핑크빛 스웨터를 입고 나타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놓으며 자주 웃음을 터트렸다. “20대 땐 사람들에게 냉정한 편이었다면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면서 “최근엔 술도 한 잔씩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예전엔 몰랐던 형들의 마음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내놓는 마음이 어떤가.

“스크린에서 내 얼굴을 보고 음성을 들으니 낯설지만 좋다. 극장에서 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기존 이미지와 많이 다른 역할을 맡아서인지 솔직히 기대도 된다.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연기자로 더 성숙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지현우가 주연한 ‘살인소설’(감독 김진묵·제작 리드미컬그린)은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가와 정치인, 지방선거에 나서는 시장 후보와 그의 숨겨진 연인 그리고 아내가 한데 얽혀 벌이는 이야기다. 지현우는 사건을 설계하는 소설가 순태 역으로 영화를 이끈다. 그간 주연한 ‘주유소 습격사건2’, ‘미스터 아이돌’ 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에서 지현우는 오랜만에 실력을 드러낸다.


-굴곡 없이 활동해왔는데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가보다.

“인정욕구는 누구나 가진 기본 욕구니까. 어린 아이가 칭찬받고 싶듯 나도 배우로서 그런 시기인 것 같다. 이젠 마냥 귀여울 수는 없는 나이이고. 하하! 연기를 계속하고 싶으면 당연히 연기를 잘해야 하지 않나. 못하면 찾지 않는 곳이 이 세계다. 그러니 더 잘하고 싶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행복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모든 걸 해볼 수 있었다.”


-7년 만의 출연작인 만큼 선택할 때도 고민이 컸을 텐데.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더 끌렸다. 그럼에도 무겁지 않다. 킥킥대면서 웃을 만한 블랙코미디다운 매력도 있다.”

영화 ‘살인소설’에서의 지현우(가운데).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페퍼민트앤컴퍼니


● 사회비판적 작품…“연기로 위로를 주고 싶었다”

지현우는 최근 사회 비판적 성격의 작품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살인소설’도 그렇지만 드라마 ‘송곳’, ‘원티드’도 비슷하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면 이어갈 수 없는 행보다. 실제로 그는 ‘살인소설’ 촬영시기에 이뤄진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자주 나갔다. 주연한 드라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그럴 때면 실제 피해자들의 사연을 공부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느끼려 했다. “여러 삶의 문제로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다. 고통 받는 분들이 자신들이 겪는 문제를 다룬 작품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로 힘을 주고 싶었다.”


-책임감이 큰 것 같다.

“연기자는 내가 맡는 역할을 대중에게 정당화시켜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는 그 역할을 대변하는 변호사와 같다. 내가 맡은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면 연기하는 척만 하는 거다.”


-그렇다고 모든 역할을 다 이해할 수도 없을 텐데.


“스릴러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때 살인자 역을 여러 번 제안 받았다. 그런데 이해를 할 수 없어서 모두 거절했다. 왜 살인을 하는지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연기할 수도 없었다.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관객이 그걸 받아들일까.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되면 나는 단호하게 못 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살인범 역은 거절하는 건가.

“영화 ‘다크나이트’를 보면 조커의 입이 왜 찢어졌는지 짧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정당성이 부여된다면 할 수 있다.”


● 데뷔 14년…기타 내려놓고 연기자로 정진


-데뷔 14년째이다.

“데뷔 때 만난 매니저와 14년째 같이 하고 있다.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는 편인데 감사하게도 악한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매니저들도 상처 많이 받았다. 20대 때는 더 냉정했다. 지금은 여유가 생긴 편이다. 그때보다 이해심도 늘었다. 아마 20대 땐 록을 해서 그런지, 정말 냉정했다. 록스피릿이 충만했다. 하하!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다보니 악기의 성향에 따라 자유롭고 즉흥적이기도 했다.”


-요즘은 기타를 안 치나.

“안친 시간이 꽤 됐다. 예전처럼 헤비메탈이나 록에 심취하지 않는다. 그런 게 알게 모르게 성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그 악기에 따라 성격과 성향이 다르다. 드럼 치는 사람은 주변을 맞춰주고 잘 참아준다. 베이스기타 연주자는 조금 묵묵하다. 기타는 공격적이면서도 날카롭다. 좀 나대는 성향도 있고. 하하!”

배우 지현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현우는 밴드 더 넛츠로 활동했다. 기타 연주는 물론 곡 작업도 했다. 그의 형인 지현수는 밴드 넥스트의 멤버다. 하지만 지현우는 최근 음악활동을 멈췄다. 한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음악이지만 지금은 “열정이 많이 식은 것 같다”고 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 음악을 했다. 창작도 어렵고 열정도 줄었다. 가사에 대한 집착이 센 편이다. 예전에 몰랐던 가사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마음을 울리는 가사를 접할 때면 내가 쓴 가사는 얼마나 일차원적인지 깨닫는다. 창피하다.”

-요즘 지현우의 마음을 흔든 노래가 있나.

“이문세 선배님의 앨범들. ‘사랑 그렇게 보내네’ ‘그대 내 사람이죠’라는 노래에 꽂혔다. 사람의 감정을 정말 잘 표현한다. 아름다운 가사이다. 앨범들도 정말 좋다. 그런 음악을 들을 때면, 나는 보디빌더 앞에서 운동하는 느낌이다.”


-운동은 얼마나 하나.

“음악 좋아하는 사람치고 운동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하! 성향인 것 같다. 운동이라고 하면 산책 정도? 작품 준비할 땐 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 몸매 관리를 위해 해야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해보면 20대 때와 지금이 정말 다르다.”


-나이를 실감한다는 의미인가.

“20대와 똑같이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 운동도 똑같이 하는데 몸무게는 그대로이고. 기초대사량이 달라져서 어쩔 수 없다지만 서글프다. 어머니께서 가끔 밥도 안 준다. 살쪘으니 다이어트 하라고.”


● 원조 ‘연하남’…“다시 멜로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촬영이 없을 땐 주로 뭐하나. 14년지기 매니저 말로는 집에만 있다는데.

“하하! 맞다. 집에서 TV본다. 친구들도 거의 결혼해서 이젠 만나기가 어렵다. 나보다 바빠서 아내 허락 받고 날 잡고 만나야 한다. 요즘 친구들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는 날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방송하는 날이다. 그 마음을 나도 알지. 요일별로 본방 챙겨보는 목록이 있다. 월요일 ‘키스 먼저 할까요?’부터 시작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보면 자극도 받겠다.


“나도 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생긴다. 특히 ‘키스 먼저 할까요?’ 감우성 선배를 보면 감동의 연속이다. 존경심마저 생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대사가 많지 않은데도 정말 기가 막힌다. 배경 음악도 좋다. 타임머신을 탄 듯이 그 상황에 빠져들게 하니까.”

배우 지현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러고 보니 드라마 속 연상연하 커플 인기를 시작한 ‘원조 연하남’이다.

“정해인 씨를 보면서 안 그래도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 하하하!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2004년이니 내가 연하남 초반부이긴 하다. 그 전에 ‘조상님’도 한 분 있다.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2002년 드라마 ‘로망스’)가 있지 않나. 김재원 씨가 먼저지.”


-로맨스 드라마 경험이 많다. 사랑에 대한 이해도 그만큼 깊은지 궁금하다.

“최근 출연한 다섯 편의 작품이 전부 사회문제를 다룬 진중한 이야기다. 다시 멜로를 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20대와 30대의 사랑 표현은 다를 테니까. 10년 전 ‘달콤한 나의 도시’ 속 대사를 지금 다시 하라면 오글거려서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억나는 그때 대사가 있나.

“‘자기야∼ 나 이사 왔어요∼’ 하하! 밤에 무서워서 잠 못 자는 여자친구가 걱정돼, 옆집에 이사한 장면에서 그런 대사를 했다. 아! 오글거린다.”


-연기 말고 진짜 연애는.

“해야지. 모두에게 다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예전과 지금은 다르다.”


-예전과 뭐가 달라졌나.

“에너지가 다르다. 20대의 열정을 지금은 따를 수가 없다. 20대 땐 밤샘 촬영도 거뜬했지만 지금은 잠자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받아야 하는 것처럼. 예전엔 밤늦도록 데이트하고 다음 날 촬영도 문제없었지만 지금은 힘들다. 그런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거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점점 술을 먹게 된다. 20대 땐 술이 싫었다. 술 마시고 실수하는 사람도 싫고. 더 넛츠 활동할 때도 멤버들과 술 마신 적이 거의 없다. 술 때문에 영향 받는 게 싫어서. 요즘 술마시다보니 더 넛츠 형들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형들한테 미안해진다.”

배우 지현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주량은 얼마나 되나.

“잘 못 한다. 소주는 못 마시고 청하 한두 병 정도.”


-다른 취미는 없나.

“혼자 여행을 자주 간다. 사람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서울에서는 마스크 쓰고 마트가서 사람들 관찰한다. 무슨 얘기 하는지 듣고. 좀 이상해 보이려나? 얼마 전엔 완도에 다녀왔다. 군대 후임이 완도에서 소 키운다. 소한테 밥 주면서 지내다 왔다.”


-지현우를 향한 팬들의 지지도 대단한데.

“14년째이다. 이쯤 되면 가족이고 버팀목이다. 직언도 많이 해준다. 처음엔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 팬클럽 가입이 안 됐다. 하하! 한참 연하남 이미지로 사랑받을 때여서 그랬다. 지금은 오픈돼 있지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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