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크린 송두리째 내준 ‘멀티플렉스’

입력 2018-04-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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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히어로 23명이 총출동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25일 개봉 당일 100만 관객 돌파 ‘흥행 광풍’ 이면에는 스크린 독과점, 극장의 등급심의 무시, 관람료 인상 등 다양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개봉일 100만 관객 ‘어벤져스3’ 이면의 불편한 진실

① 역대 일일 최다 2419개 스크린 장악
② 1만여회 상영·프라임시간대 편성
③ 심의 전 예매, 규제 방법조차 없어
④ 흥행작 때맞춰 관람료도 기습 인상


‘어벤져스’가 국내 극장을 점령했다. 흥행 광풍만큼이나 논란의 불씨도 가열되고 있다. 스크린 싹쓸이를 넘어 ‘폭격’에 가까운 독과점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가 첫날 96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극장 개봉 오프닝 신기록이다. 이미 개봉 당일 오후 70만 관객을 모을 만큼 열풍을 넘어선 광풍이 몰아쳤고, 같은 날 오후 3시 현재 예매율 역시 96.4%(입장권통합전산망)를 유지하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단 한 편의 영화만 본다는 의미다.

‘어벤져스3’ 위세는 주말이 시작되는 27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첫 주말 동안 기록 행진이 예고된 가운데 어린이날이 겹친 5월 초 연휴까지 사실상 2주간 극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 역대 최다 스크린 확보…독과점 넘어 ‘점령’


‘어벤져스3’의 흥행은 예상된 결과다. 마블 시리즈가 국내서 흥행 불패를 이어가는 데다, 이번 영화는 히어로 23명이 총출동해 마블 10주년에 방점을 찍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블의 막강 팬덤은 ‘어벤져스3’의 높은 예매율과 스크린 싹쓸이, 기록행진을 일찍부터 예고했다. 하지만 영화 개봉을 전후로 극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관객이 물밀듯 들어올 것을 예상한 극장들의 ‘꼼수’도 상당하다. 한국영화의 앞날을 고려치 않은 ‘악수’라는 지적이 거센 가운데 영화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벤져스3’는 개봉 첫날 전국 대부분의 스크린을 싹쓸이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확보한 스크린만 2461개에 달한다. 지난해 7월 ‘군함도’가 처음으로 일일 스크린 2000개를 넘기면서 심각한 독과점 논란을 촉발한 사실과 비교하면 불과 1년도 안 돼 또 다른 기록이 나왔다.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근거인 상영 회차를 보면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이날 오후 7시 기분 전체 상영횟수(1만5635회) 가운데 무려 1만1420회가 ‘어벤져스3’에 할당됐다. 상영 시간대도 문제다. ‘어벤져스3’가 오전과 오후, 저녁 등 관객이 몰리는 프라임 시간대를 싹쓸이하면서 나머지 영화는 이른 아침과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잃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극장들, 또 ‘등급 심의’ 유명무실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된 관객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온 극장들은 ‘어벤져스3’를 매출 회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3사가 일제히 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관객이 몰리는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두고 벌인 기습 인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이들 극장은 물가상승률 등을 관람료 상승 이유로 댔지만 설득력은 낮다. 오히려 영화계 안팎에서는 극장이 오랜 적자를 해소할 기회로 ‘어벤져스3’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벤져스3’ 입장에서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관람료 인상과 독과점 논란의 ‘상징’으로 낙인찍힌 분위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벤져스3’의 마블스튜디오는 극장 개봉작의 필수 관문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의까지 유명무실화시킨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마블이 문제라기보다는 극장체인이 문제다.

CGV는 ‘어벤져스3’의 등급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아이맥스 스크린 등 상영관 예매를 시작했다. 등급 심의를 받지 않고 예매를 시작한 일은 올해 2월 마블의 또 다른 영화 ‘블랙 팬서’ 이후 벌써 두 번째이다. 관객 충성도가 높은 특정 영화에 먼저 예매를 시작하면 이는 높은 예매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기록은 또 다시 극장의 상영관 배정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을 만든다. 숱하게 반복된 악순환이 ‘어벤져스3’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더욱이 등급 심의 없이 예매를 시작하는 행태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심각성을 키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한 관계자는 25일 “예매 자체는 극장 상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영비법(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극장의 사전 예매 시작을 규제할만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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