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지만 어느 순간을 계기로 관계가 급진전 되는 경우가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그 사람의 전혀 다른 매력을 보게 되면서 호감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이다. 이 경우는 연예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소위 말하는 ‘입덕 포인트’가 발견되는 순간, 그 연예인과 대중의 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가까워진다.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열연한 배우 정인선이 바로 이렇게 대중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힌 경우다. 그는 ‘매직키드 마수리’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 ‘한공주’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만났지만 그 거리를 좁힌 건 매우 최근이다.
“학교 다닐 때도 같은 반 친구인데 한 번도 말을 나눠보지 못한, 뒷자리에 앉은 친구들 있잖아요. 제가 아마 대중께 그런 배우가 아니었나 싶어요. 오래 봤지만 친하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요. 그런데 이번에 굉장히 큰 사랑을 받았고 대중과의 거리가 가까워 진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
정인선은 이 작품에서 사고뭉치 미혼모 윤아 역을 맡아 그가 가진 모든 장점과 단점들을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시트콤 성격의 드라마였던 만큼 사건의 중심이었던 윤아 캐릭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청자들이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변화했다.
“윤아에 대한 캐릭터 설명이 분노 유발 민폐녀였어요. 거기다가 미혼모 캐릭터여서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괜히 웃음의 소재로 이용하는 것 같기도 했죠. 그런 고민들을 이야기 했더니 감독님께서 ‘싱글맘이라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한윤아라는 캐릭터에 집중해라. 무겁고 슬프게 표현하지 말라’고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 역시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 후에 솔이의 엄마라는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한윤아는 이렇게 정인선을 만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연기하는 배우와 캐릭터가 서로의 매력을 끌어올리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낸 것.
“저와 윤아의 싱크로율을 따지면 딱 반만 비슷한 것 같아요. 윤아는 눈치를 보는데 눈치는 없는 캐릭터고 말투도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기어들어가는 편인데 그런 면은 저와 좀 달라료. 반면에 행동도 시원시원하고 어떤 경우에는 먼저 나서서 리드하는 성향은 저와 비슷하고요, 가장 비슷한 점은 역시 내면의 흥인 것 같아요. (웃음)”
하지만 배우 정인선에게 한윤아 역할은 절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윤아의 부드러운 외모와 말랑말랑한 성격은 연기자인 그가 의도적으로 피해 왔던 캐릭터였기 때문.
“제 체구가 왜소하고 외모도 강아지상이라서 사람들이 절 봤을 때 이런 유형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윤아는 저를 보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에 포함되는 배역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의도적으로 피해왔던 거죠.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에 대한 반응을 보니까 뭔가 ‘이렇게 거리를 가깝게 하는 거구나’라는 걸 배운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제 정인선은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의 배움(?)을 바탕으로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한다. 늘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그녀다.
“이번엔 사랑스러운 역할을 했으니 다음에는 보이시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떨까 생각해요. 일 밖에 모르는 사람 같은 거요. 다음엔 윤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