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사진제공|tvN
영화든 드라마든 그 인기를 실감하는 데 있어 ‘입소문’만한 게 없다.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에서 화제로 삼는 작품은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증거로 통할 때도 많다.
요즘 이런저런 자리에서 자주 거론되는 드라마가 있다. 여자끼리 모이면 대부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야기로 꽂을 피우지만, 남자들도 낀 술자리에선 어김없이 ‘나의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저씨들이 푹 빠진 드라마. 알고 보니 ‘남들’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우리 집 남편도 얼마 전부터 ‘나의 아저씨’에 빠졌다. 평소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 편이라 놀라움이 가중될 무렵. 그 옆을 기웃기웃하다 함께 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입문한 ‘나의 아저씨’는 그리 친절한 드라마는 아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유행처럼 번진 요즘 안방극장에서 용감하게 보일 정도로 길고 긴 호흡을 자랑한다. 대부분은 밤 장면. 심지어 대사도 거의 없다. 뭐든 빨리 결정하고 빨리 행동하고 빨리 응징하는 인물이 넘치는 요즘 드라마 세상에서 ‘나의 아저씨’ 속 사람들은 굼뜨다. 하지만 그만큼 따뜻하다. 굳이 입 밖으로 많은 말을 꺼내고 바로바로 행동하지 않아도, 너의 마음은 잘 알고 있다는 듯 사람과 세상에 따뜻한 시선을 건넨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PD. 사진제공|tvN
장르물과 판타지가 넘치는 안방에서 느림보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꺼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원석 PD. ‘미생’과 ‘시그널’로 실력을 인정받은 바로 그 감독이다. 그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예전에도 대부분 아저씨다. 나보다 남 생각 먼저 하다 피해보기 일쑤이지만 자신이 믿는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는 아저씨, 내색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인간애를 가진 아저씨들이다.
아쉽게도 시청률면에서 앞선 두 드라마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지만 김원석 PD의 저력이 가장 빛나는 작품은 단연코 ‘나의 아저씨’라 꼽고 싶다. 실제로는 요란하지도 특별하지도 않게 흘러가는 우리 모두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을 느낄 때면 이유 없이 위로받는 기분마저 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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