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을 구원할 ‘승격전문가’ 남기일 감독

입력 2018-05-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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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는 옛 영광을 뒤로하고, 가난한 시민구단이 됐지만 조용히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K리그2에서 최근 9경기 무패를 달리며 선두를 질주, K리그1 승격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남기일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K리그 전통의 명가 성남FC는 과거의 명성을 뒤로 한 채 지금은 K리그2(2부 리그)에서 전전긍긍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배고픈 구단이 됐다. 명예회복이 시급하다.

성남은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을 앞두고 남기일(44)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택이 옳았다. 2014년 광주FC를 K리그1(1부 리그)로 승격시킨 남 감독의 능력은 시즌 초반부터 발휘되고 있다. 성남은 K리그2 개막 이후 9경기 무패(5승4무)행진을 이어가며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승격전문가’ 남기일 감독을 3일 성남의 안방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개막 이후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고 싶지 않다.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패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좋지만 경기력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물론 만족하지도 않는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데 아직 다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전 경기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늘 축구를 잘할 수는 없는 법이지만, 꾸준함을 가져가야 한다.”


-처음 성남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어떤 구상을 했나.

“성남은 내가 선수로 뛰었던 팀이다. 감회가 남달랐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더라. 부상자들이 많고 이런저런 계약 문제가 얽힌 선수들도 많았다. 구단 자금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이 정도인걸 알았다면 성남으로부터 감독직을 제의 받았을 때 더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웃음). 부임 초에는 선수들에게 내가 가진 생각을 최대한 전달하고 이해시키려고 했다.”

성남 남기일 감독.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어떤 생각들이었나.

“볼이 항상 상대 진영에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찬스가 생기고 공격적으로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다. 라인을 올리면 상대에게 오히려 역습당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상대에게 역습을 많이 당하는 편이다. 하지만 상대 진영에서 볼이 오래 있도록 해야지 공격 찬스를 계속 만들고, 골도 나오고, 재미있는 축구를 할 수 있다. 내 생각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는 대신, 전술 변화는 우리 선수들의 능력에 맞춰 하고 있다. 부임 초기에는 수비수는 많은데 미드필더, 공격수가 너무 없었다. 팀 훈련을 할 때 두 팀으로 나누기도 어려울 정도였으니… 지금은 선수들이 내 생각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춘 전술변화도 가져가면서 얼마간 우리 고유의 컬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 감독에서 물러난 뒤 복귀가 빨랐다.

“솔직히 더 쉬고 싶었다. 광주에서 5년간 남들 모르게 힘든 시간이 있었고, 가정에도 소홀했다. 쉬는 기간에도 축구는 멀리할 수 없었다. 일본에 가서 프로팀 훈련도 봤다. 더 쉬고 싶었지만, 마냥 나만 생각할 수도 없겠더라. 아내나 아이들(1남2녀)은 ‘감독 남기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하하.”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만, 그래도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득점 찬스를 더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찬스에 비해 골을 못 넣는 편이다. 그래서 찬스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득점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이다(성남은 9경기에서 14골을 넣었다. 반면 2위 부천FC는 17골을 넣고 있다. 남 감독이 만족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성남 남기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 부임한지 6개월이 되어 가는데, 광주FC시절과 비교를 한다면.

“환경적인 부분은 성남이 훨씬 낫다. 여기에 수도권 팀이라는 큰 메리트가 있다. 기본적인 환경이 좋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적이 나면 그에 대한 투자도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다시 명문구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K리그1, 2를 모두 경험했다. 어떤 차이점이 가장 큰가.

“결국 화력이다. K리그2는 찬스를 5~6번 만들어야 1골이 나온다. K리그1은 2~3차례 찬스에서도 득점이 터진다.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넣느냐, 못 넣느냐의 차이가 크다. 그것이 팀 수준을 결정한다.”


-좋은 멤버로 팀을 꾸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다.

“감독이라면 모두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나. 다만 주어진 환경과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무리하게 끌고 갈 수는 없다. 비싼 선수 한 둘을 무리해서 데리고 온다고 성적이 나는가. 그보다 지금의 선수들이 자긍심을 갖고 함께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구단이 투자할 여유가 있다면 그에 맞춰서 좋은 선수를 영입해 팀 전력을 꾸려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투자가 이뤄져야 팀이 더 나아질 수 있다.”


-경기 준비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선수들 회복기에 코칭스태프는 이전 경기에서 잘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해결책을 찾곤 한다. 코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눈다. 코치가 감독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해서는 효과가 없다. 이정효, 마철준 코치는 자기주장을 잘 내세운다. 의견이 엇갈릴 때에는 합의점을 찾고,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이해시킬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선수들에게 이를 인지시키고 역할을 명확히 부여한다. 경기를 치른 뒤 피드백도 반드시 받는다.”

사진제공|성남FC



-거의 매일을 축구생각으로 보낼 것 같다.

“축구가 일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스스로도 여유를 갖자고 하는데, 성격이 그렇질 못하다. 항상 뭔가를 찾아내고 팀이 잘되는 방향을 생각하게 되더라.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쉬는 날에도 축구를 본다. 대학 축구, 다른 팀 경기, 해외축구 등 중계를 본다. 골프를 좋아하는데 시즌 때는 거의 안친다. 술은 거의 못한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늘기는 했는데, 그래봐야 맥주 한 두 잔이다.”


-광주에서 팀을 승격시킨 경험이 있다. 성남에서도 초반이지만 성적이 괜찮다. 시민구단의 한계 속에서 팀을 만들어가는 비법이 있다면.

“비법은 없다. 시민구단은 진짜 어렵다. 축구 외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외압이 많다. 지방선거 영향도 받는다.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무너질 수도 있다. 마냥 선수 지도만 잘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구단 일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축구 이외에 외부 사정에 대해서도 항상 공유를 해야 한다. 축구 감독이면서 관리까지 하는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성남은 구단에서 선수단에 요청하는 행사도 많다. 그 부분에서 양보를 하지 않는 지도자들도 더러 있다.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남이라는 팀을 모르는 분도 있고 아예 축구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다. 그 분들이 축구단을 알게 되고, 경기장에 왔을 때 즐거운 축구를 보여드려야 한다.”


-무패행진 중인데 패하는 순간도 생각하고 있나.

“감독은 늘 최상과 최악을 대비한다. 경기는 질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플레이를 만들어 내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느냐다. 무패행진을 멈추고 싶지는 않지만, 패배 속에서 더 좋은 부분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린 그럴 수 있는 팀이다.”

성남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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