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 초보 CEO의 명(名)감독 심야 해임

입력 2018-06-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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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의 황순현(51)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이태일(52) 전 대표에 이어 구단 수장에 올랐다. 김경문(60) 전 감독보다 9세 연하로 등기상 2011년 NC가 야구단 창단을 승인 받은 후 약 1개월 동안 ‘엔씨소프트 야구단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이전까지 야구와 제대로 인연을 맺은 적이 없다.


프로야구의 큰 어른이자 명망 높은 대(大) 감독과 야구와 인연이 없던 새 경영자는 6개월 만에 결별했다. 선택은 인사권자인 황 대표의 결정이었다.


황 대표는 프로야구 37년 역사상 손꼽히는 파격적인 행동 두 가지를 하룻밤에 했다. 3일 밤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경기가 끝나고 퇴근하던 감독을 만나 해임을 알렸다. 대외적으로는 공로를 인정하고 최고의 예우를 표했지만, 아무런 사전 교감 없이 심야에 마산구장 인근 카페에서 이뤄진 일방적 ‘통보’였다.


NC 황순현 대표. 사진제공|NC 다이노스


곧장 황 대표는 프로에서 단 한 경기도 코치를 맡아 본 적이 없는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유 단장은 고교 지도자 때부터 훌륭한 인품을 인정받았지만 최고 야구 엘리트 집단인 1군 선수들과 코치들을 어떻게 이끌지 아무런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프로에서 선수와 코치 경험이 없는 첫 번째 감독 대행이다.


NC 김종문 단장대행은 “감독대행은 항상 여러 오해가 따르는 자리다. 이런 잡음을 없애고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르기 위한 적임자가 유 전 단장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한 리그 관계자는 “황 대표 취임 이후 창단 때부터 함께 했던 핵심 프런트가 구단을 떠났다. 현장과 불통, 프런트 내부에서도 새 대표에 대한 불만이 많다. 유 대행 낙점은 최고경영자가 코칭스태프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문 전 감독은 결국 10위로 추락한 NC의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고 해임됐다.


NC 다이노스. 스포츠동아DB


그러나 NC의 추락에는 프런트, 특히 최고경영자의 책임도 크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 선수들은 연봉 협상결과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 투수는 “실무자들도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수 투자도 과거와 달리 소극적이었다. 구단 내부에서는 “왜 이런 소소한 경비까지 아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팀에 수년간 헌신한 불펜투수들이 특히 연봉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투수 로건 베렛은 계약을 앞둔 메디컬테스트에서 부상이 발견됐지만 보장 액수를 대폭 삭감하고 계약했다. 김 전 감독은 5월 13일 등판 후 베렛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프런트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선발진이 붕괴된 시점으로 빠른 교체가 필요했지만 경영진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최근 주위에 깊은 고뇌를 수차례 드러냈다. 그러나 자진사퇴 대신 최소한 올 시즌은 끝까지 자신이 책임을 지며 팀의 궤도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심야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경질이었다. NC 야구단이 자랑하는 팀의 핵심 가치인 ‘정의’ ‘명예’ 그리고 ‘존중’은 결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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