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눈] 멕시코는 모든 게 빨랐고, 독일은 느렸다

입력 2018-06-18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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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빙 로사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독일과 멕시코의 2018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은 내용면에서 예상대로 전개됐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완벽할거라 생각했던 독일은 큰 약점을 노출했다. 독일은 지치고 느렸다. 반면 멕시코는 동기부여가 분명했고, 개개인과 팀이 모두 빨랐다.

두 팀은 동일하게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같은 전형으로 경기를 전개했지만 독일은 안정적인 패스를 통해, 멕시코는 수비 라인을 내려 안정적으로 수비하다 상대 패스를 차단해서 역습하는 형태로 나섰다.


● 승부의 핵심은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의 수비 전환

독일은 중앙 미드필더로 토니 크로스와 사미 케디라를, 멕시코는 중앙 미드필더로 안드레스 과르다도와 엑토르 에레라를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볼 점유율은 60대 40으로 독일이 앞섰지만, 독일의 미드필더들은 안정적인 수비를 하다 역습을 시도하는 멕시코의 공격을 전혀 사전 차단하지 못하고 계속 흔들렸다.

독일의 오른쪽 풀백 조슈아 킴미히는 초반부터 공격에 적극 가담하면서 좋은 침투패스와 크로스를 시도하는 등 공격에서는 공헌도가 높았다. 그러나 수비 전환과 수비력에서는 자주 문제점을 노출했다. 멕시코는 볼을 탈취하는 순간 개인 드리블이나 빠른 템포의 패스로 수비 전환이 느린 상대 미드필더를 넘어 킴미히가 돌아오지 못하는 공간에 위협적인 침투패스를 연결해서 득점을 노렸다. 독일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이 공간을 커버하지 못해 멕시코에게 위협적인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는 수비가 약한 킴미히를 돌파하고 강력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독일의 중앙수비 제롬 보아텡과 마츠 훔멜스는 빌드-업이 좋기 때문에 멕시코는 수비 라인을 중앙선 근처로 형성하면서 공간을 좁혔다. 크로스와 케디라가 공격에 가담하도록 허용한 대신 메수트 외질의 중앙 침투 패스를 철저히 차단했다. 후반 15분쯤 케디라가 마르코 로이스와 교체되고, 외질이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와서 경기를 전개하기 전까지 멕시코의 수비는 매우 견고했다. 외질의 볼 터치 횟수가 늘어나면서 양질의 침투패스들이 연결됐지만, 단단한 멕시코의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다만, 로이스와 유리안 브란트가 교체 투입된 이후 전방의 움직임과 스피드가 살아났다. 추후 전방 측면공격수들의 기용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독일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 예상보다 강하고 영리했던 멕시코


멕시코는 역습 패턴에서도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형태를 보였다. 공간이 생기면 로사노와 카를로스 벨라가 빠른 드리블로 상대 중원을 돌파했다. 압박이 있으면 짧고 빠른 원터치 패스 템포로 상대 수비를 쉽게 벗어나며 최전방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볼을 연결했다. 에르난데스는 볼을 키핑 후 움직이는 주변 동료에게 양질의 패스를 자주 연결하면서 이타적인 공격수로서 충실한 역할을 수행했다.


● 독일-멕시코전의 교훈

이 경기에서 멕시코가 승리하면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조별 리그 3차전에서 반드시 승점3을 획득해야 하는 독일은 핵심 전력을 모두 가용하면서 강력한 경기를 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독일을 상대로 승리한 멕시코의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고, 팀 조직력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2차전에서 한국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를 상대로 경기할 때, 김신욱처럼 높이를 갖춘 선수를 이용해서 공중 볼 싸움을 적극 시도하는 게 하나의 좋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독일전에서는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멕시코가 잘 보여주었기 때문에 신태용호는 이 경기를 여러 번 분석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수비 라인을 중립 위치로 내리고 빠른 역습을 노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 김세윤 전 축구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후 제주 유나이티드, 서울 이랜드FC 등 프로팀에서 활동해왔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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