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러시아 리포트] ‘올인의 함정’ 신태용호,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라!

입력 2018-06-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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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인(All-In)’. 특정 사안에 모든 걸 걸겠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에 나선 축구국가대표팀에게 18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F조 1차전이 그랬다.


대표팀은 스웨덴전에 운명을 걸었다. 지난달 21일 이후 국내 훈련과 오스트리아 레오강 사전캠프, 그리고 러시아 입성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차린 베이스캠프에서도 모든 초점은 스웨덴이었다.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한 전술훈련의 주 내용도 ‘스웨덴 대응·공략’에 맞춰졌다. 외신에서 깊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뜨거웠던 ‘스파이 논란’ 역시 여기에 기인했다. 최대한 우리의 본 모습을 숨기려는 정성을 들인 것도 첫 단추에 조별리그 통과의 상당 부분이 걸려있다고 판단해서다.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190㎝ 장신들이 즐비한 스웨덴 수비진에 맞서기 위해 김신욱(30·전북 현대)을 투입했고, 적어도 첫 번째 공중 볼을 차지하면서 어느 정도 상대의 허를 찔렀다. 그러나 전반 15분까지였다. 역습빈도, 결정적인 크로스도 적었다. 지나치게 상대 신장을 의식했고, 공들여 마련한 세트피스 루트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유효 슛 0개의 굴욕은 어쩌면 당연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졌고, 스웨덴이 이겼다. 멕시코가 독일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16강 진출의 시나리오는 더욱 꼬여버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 심리적인 박탈감, 모든 걸 놓쳐버렸다는 허탈함을 극복해야 한다. 신태용(48) 감독을 비롯한 모든 대표팀 구성원이 “스웨덴은 무조건 잡고 나가야 토너먼트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배가 됐다.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역대급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경험이 풍부한 스페인 출신 지도자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우리를 위한 전술부터 피지컬, 상대국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한 가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심리 전문가다. 과거 여자대표팀이 멘털 코치의 도움을 받았고, 역대 올림픽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던 양궁대표팀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전문가의 힘을 빌었다.


스웨덴 코칭스태프에는 우리와 달리 멘탈 코치가 있다. 얀 안데르손 감독은 “코치가 아닌, 조언자(카운슬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으나 바이킹 군단은 월드컵 경험 부족에서 찾아온 중압감과 압박을 친절한 상담을 통해 상당부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또다른 경쟁국인 멕시코도 멘탈 코치가 따로 있다. 스웨덴의 한 기자는 한국전에 앞서 “우리는 최근 평가전에서 골도 넣지 못하고, 이기지도 못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변수도 터져 선수단 공기가 무거웠지만 멘탈 코치가 잘 다독여줬다”고 귀띔했다.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이제 와서 갑자기 멘탈코치를 영입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베이스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간 대표팀의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멕시코(24일·로스토프나도누)~독일전(27일·카잔)을 앞두고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만 모든 것 이전에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단 내 고참들의 또다른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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