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자, 한국축구-上] 단기성과 아닌 장기적 비전수립 필요한 한국축구

입력 2018-07-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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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궁지에 몰린 국가대표팀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눈물겨웠다. 사력을 다했다. 운이 좋다는 정도로 ‘카잔의 기적‘을 깎아내릴 수 없다. 독일도 이겨야 했고, 우리도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진검승부에서 한국이 웃었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수식에 전혀 부끄러움 없는 90분을 보냈다.


그래서 더 아쉽다. 가정은 부질없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좀더 빨리 판단해 월드컵 체제를 10개월여가 아닌, 보다 긴 호흡으로 준비했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4년 브라질대회에서 악몽을 경험한 협회는 1년 만에 백서를 발행했다. 대회 준비과정 및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성과와 문제, 개선 방향을 도출했다. 당시 거론된 ▲ 베이스캠프 선정 실패 ▲ 부족한 체력관리 ▲ 동일한 전술선택 등은 답습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월드컵 개최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적절한 긴장감을 느끼며 대회를 준비했고, 경기를 치를수록 컨디션이 좋아졌다. 1차전에 포커스를 맞추느냐, 아니면 리듬이 점차 살아나도록 할 것이냐 등 방향 설정의 문제였을 뿐이다. 또 3경기를 동일한 패턴으로 나선 적이 없어 상대의 혼란을 유도했다. 물론 백서에서 언급됐던 심리 전문가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등 부족함도 있었으나 전체의 실패는 아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런데 축구는 월드컵처럼 4년 주기가 아니다. 최소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명확한 마스터플랜이 수립돼야 한다. 대표팀은 월드컵 개막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과도하게 바뀌었다. 부상으로 전력 이탈이 너무 많았고, 경험 풍부한 지원 스태프도 쇄신의 명목 하에 대거 교체됐다. 협회가 중심을 잡지 못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외국인 명장을 모셔오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 과거 명성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반복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지도자에게 명확한 철학이 필요하듯, 협회도 확실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목표가 불분명하면 발전도 없다. 습관처럼 감독을 바꾸는 중동처럼 추락할 수 있다. 어렵게 성장한 젊은 지도자들을 대거 잃은 축구계다. 행정가들도 너무 많이 사라졌다.


잘못의 반복은 습관이고, 공멸의 지름길이다. 오히려 대표팀이 꾸준히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주요 선수 풀(Pool)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투자다. 많은 이들이 ‘부족한 시스템’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 시스템이 무엇인지 시원히 밝혀주지 못한다. 협회의 방향을 모르는 영향이 크다. 축구는 월드컵만을 위함이 아닌 영원한 스포츠다. 임기응변이 아닌 꾸준한 발전을 꾀해야 하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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