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작품 하나] 콧물 줄줄 흘리던 저우싱츠, 코미디 중 가장 웃긴 명장면

입력 2018-07-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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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희극지왕’에서 고봉수 감독이 명장면으로 꼽은 저우싱츠가 콧물을 흘리는 모습.

<38> 고봉수 감독 - 영화 ‘희극지왕’

남을 웃기길 수 있는 실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길러지기도 한다. 코미디가 좋아 숱한 코미디 영화를 섭렵하고, 그 안에서 활약하는 배우와 감독의 재능을 관찰하는 일은 코미디를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거치는 코스다.

능청스러운 웃음으로 ‘웃픈’ 이야기를 버무린 영화 ‘튼튼이의 모험’ 연출자 고봉수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델타 보이즈’에 이어 1년 만에 장편영화를 내놓은 감독은 지금까지 코미디 장르로만 200여 편의 단편·독립영화를 만들었다. 코미디에 갖는 애정이 특별한 그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작품이 중국배우 저우싱츠(주성치)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희극지왕’이다.

주인공 사우는 배우가 꿈인 엑스트라이다. 센스도, 연기력도 부족한 인물. 시체 역을 맡고서도 걸어 다니는 연기를 한 탓에 그나마 몸담았던 촬영 현장에서도 쫓겨나 마을회관에서 무료 연기강습을 시작한다. 어느 날 그 앞에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피우(장바이즈)가 나타난다. 피우는 손님 앞에서 순진한 학생 흉내를 내고 싶다면서 그런 연기를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곧 이들 사이에 웃을 수만은 없는 사랑이 펼쳐진다.

영화 ‘튼튼이의 모험’의 고봉수 감독.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인디스토리


고봉수 감독은 저우싱츠에 영향받은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 웃길 땐 확실히 웃기고, 울릴 땐 더 확실히 울리면서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저우싱츠 영화의 길을 고봉수 감독도 걷고 있다.

고봉수 감독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 ‘희극지왕’ 안에 있다. 저우싱츠가 콧물을 흘리는 모습은 전 세계 모든 코미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웃긴 장면이 아닐까. 그가 시도한 콧물 효과를 꼭 배워서 언젠가 쓰고 싶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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