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The깊은 인터뷰] 허니팝콘의 한국 진출, 무모한 도전일까

입력 2018-07-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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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팝콘이 3월 미니앨범 ‘비비디바비디부’를 내고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온라인에선 다양한 논란이 일었다. 왼쪽부터 마츠다 미코, 미카미 유아, 사쿠라 모코.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현직 AV 배우로 구성된 日 걸그룹 ‘허니팝콘’의 케이팝 도전

3월 ‘비비디바비디부’로 한국 데뷔
뮤비 조회수 사흘 만에 100만 넘어
7일 무료 팬미팅 위해 한국에 입국

“한국 팬들과 첫 만남…기대가 크다
배우 전향해 이름 알려…후회 없어
응원해주는 분들 위해 열심히 활동”


일본 20대 여성 3명으로 이뤄진 허니팝콘이 3월 한국어 노래 ‘비비디바비디부’ 쇼케이스를 벌이고 한국시장에 데뷔했다.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미카미 유아(25), 마츠다 미코(23), 사쿠라 모코(27) 세 멤버가 모두 현직 성인비디오(AV) 배우이기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우리 문화에서 일본 성인비디오 배우들로 이뤄진 걸그룹의 한국데뷔는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음악을 많이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들의 활동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나왔다.

그 거부감 사이에서도 “직업으로 이들의 의지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음지 문화’를 숨죽여 향유하던 이들의 ‘조용한 응원’이었을까, 음악팬들의 다양한 호기심이 ‘클릭’으로 승화된 것이었을까. 허니팝콘 데뷔음반은 발매 첫 주 가온차트 18위를 기록했고, ‘비비디바비디부’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사흘 만에 100만을 넘었다.

허니팝콘에게 ‘따가운’ 시선과 ‘뜨거운’ 시선이 공존하지만,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국내 무대는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성인비디오 배우이고, 일본인 그룹이란 ‘이중고’로 인해 TV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얼 하든 ‘19금 걸그룹’이란 색깔이 입혀질 것이다.

일본 걸그룹 허니팝콘의 미카미 유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허니팝콘은 국내 기획사가 성인비디오 애호가를 상대로 돈을 벌겠다고 기획한 ‘깜짝 상품’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 소속사가 없다. 멤버들은 ‘맨땅에 헤딩’하듯 한국에 진출했다.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작곡가를 접촉했고, 녹음, 뮤직비디오 촬영 등 프로덕션 과정을 한국에서 직접 진행했다. 특히 팀의 ‘센터’인 미카미 유아가 자비를 들여 음반을 제작했고, 한국 활동 비용도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반대 목소리도 높고, 활동무대도 별로 없고, 성공의 보장도 불확실하고, 돈만 들어가는데도 이들은 한국에서 활동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한국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맨발로 가시밭길에 들어선 이들의 케이팝 시장 진출. 무모한 도전일까, 위대한 도전일까.

허니팝콘을 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이들은 국내 첫 팬미팅을 위해 4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참이었다. 3일 밤 입국한 이들은 7일 서울 상암동 제일라아트홀에서 팬미팅을 벌이고 다시 일본으로 떠난다.


-그 사이 시선이 좀 바뀐 것 같은가.

“오랜만에 오니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다. 쇼케이스 때 반응이 좋지 않아서 좀 무서운 기분이 들어 그 이후 (온라인)반응을 잘 보지 않았다.”


-한국 데뷔 후 일본 내 반응은 어땠나.

“일본에서 오히려 평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케이팝을 좋아하는 10대들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히 조금씩(비판이) 줄고 있고, 우리도 익숙해지고 있다.”

일본 걸그룹 허니팝콘의 마츠다 미코.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허니팝콘의 세 멤버는 모두 일본에서 나란히 걸그룹으로 데뷔했다가 배우로 전향했다. 미카미 유아는 SKE48에서 활약하다 2015년 성인영화로 진출했다. 사쿠라 모코, 마츠다 미코 역시 바쿠스테, NMB48로 먼저 데뷔했다. 허니팝콘 결성은 1년 전이다.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비비디바비디부’와 뮤직비디오는 지극히 ‘케이팝스럽’다.


-음악과 춤이 예상과 달리 발랄하다.

“곡 분위기에 맞췄다. 사실 처음 안무를 받았을 때, 섹시한 동작이 있었다. 우리 직업도 있고 해서 제외시켰다. 예쁜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19금 걸그룹’이란 선입견이 강한데.

“우리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한국 팬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일본 섹시배우의 이런 데뷔는 처음이다. 여러 의견도 있겠지만, 처음이기에 응원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성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아이돌은 완벽하고, 우리는 부족하지만, 지켜봐주시면 우리를 응원하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배우 전향을 후회한 적 있나.

“없다. 그 일을 해서 좋았던 점도 있다. 일본에선 그 직업이 한국에서만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 일을 함으로서 응원해주는 사람도 많고, 사실상 내 이름도 알리게 됐다. 그 직업을 하지 않았으면, 이 일도 연결되지 않았을 것이다.(유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분들 응원 소중히 생각하며 활동하겠다.(모코)”


-비판이 있음에도 케이팝 가수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 한국이 좋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좋은 시선으로 봐주실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응원해주시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그 분들을 위해 활동하겠다.”

일본 걸그룹 허니팝콘의 사쿠라 모코.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세 사람은 일본에서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다. ‘친한파’인 미카미 유아가 먼저 준비를 시작했고, 둘이 합류했다. 세 사람은 모두 한국을 좋아해 한국 걸그룹의 음악과 춤을 커버하는 영상을 SNS에 자주 올려왔다. 미코는 트와이스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여행도 자주 했다. 모코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친구들에 영향을 받았다. 모코는 “한국에서 데뷔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라고 했다.


-준비과정도 어려웠을 텐데.

“노래와 춤 실력이 부족한 걸 알기에 한국 선생님 모셔서 연습했다. 노래지도 받을 땐 ‘엔카 같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본은 군무보다 개개인 춤이 중요한데, 셋이 합을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일본 활동의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노력하자’ 마음 하나로 정말 연습 많이 했다.”

현재 방송중인 엠넷 ‘프로듀스 48’은 실력을 갈고닦은 후 데뷔하는 한국과 기본기만 갖춰지면 바로 데뷔하는 일본의 문화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프로듀스 48’을 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 연습 때가 생각났다. 그들의 고민에 공감도 됐다. 우리는 그 친구들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들은 한국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비교당하고 있다.”


-‘프로듀스 48’이 허니팝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일본에서 하는 일(배우)이 있어서 그들과 좀 다르긴 하다. ‘프로듀스 48’에 좋은 친구들 많이 있다. 그들의 진심이 한국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허니팝콘은 7일 팬미팅을 벌인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무료로 기획했다. 선착순 250명을 입장시킬 계획이다. ‘별일’ 없는데도 19금 행사가 됐다. 그래도 허니팝콘은 팬미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처음으로 한국 팬들을 대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고 했다.

일본 걸그룹 허니팝콘의 국내 첫 팬미팅 포스터. 사진제공|KYUN CREATE


-한국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 활동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허니팝콘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허니팝콘을 알리고 인정받고 싶다.”

허니팝콘은 얼마 전 미국 행사를 다녀왔다. 동남아시아에도 러브콜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먼저 자리 잡고 싶어” 한국 활동을 우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허니팝콘이 그토록 좋아하는 한국은 이들에게 얼마나 무대를 내어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멤버들은 “나갈 수 있는 무대를 열심히 찾겠다”고 했다.

허니팝콘은 3월 쇼케이스에서 “우리를 응원해주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소중히 생각하겠다”고 했다. 결과를 떠나 이들은 ‘도전의 아이콘’으로는 충분히 기억될 듯하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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