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포트①] ‘구찌소년단’ ‘샤넬 제니’…패션쇼 뺨치는 아이돌 무대

입력 2018-07-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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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레드카펫에서 멤버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찌 제품을 착용한 방탄소년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구찌 사랑’부터 생로랑·버버리까지
해외 명품 패션 즐기는 방탄소년단
협찬 없이 멤버·소속사 돈 모아 구입

블랙핑크 제니는 일상복까지 ‘샤넬’
남다른 패션 소화력…전폭 협찬받아

과거엔 통일성 강조 맞춤의상 무대
이젠 개성따라 명품 즐기기 트렌드


스타들의 ‘외출’은 언제나 특별하다. 남다른 감각과 개성으로 유행을 이끄는 이들인 만큼 무엇을 입고 걸치는지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스타의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집중 해부한다. 패션뿐 아니라 헤어, 메이크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예리한 눈으로 ‘스캔’한다. 장소와 분위기, 시간 등 ‘상황’과 얼마나 어우러지는 스타일인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돌 스타들의 무대 의상이 달라졌다. 과거 그룹의 콘셉트나 정체성, 통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가 자체 제작한 ‘맞춤 의상’을 주로 입었다면, 이제는 그룹이나 멤버들 제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해외 명품 패션을 즐겨 입는다. 패션쇼 행사나 잡지 화보, 공항 패션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이돌 스타의 명품 패션이 매 방송마다 달라지는 무대 의상으로 옮겨오면서 아이돌 스타들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장착하고 있다.


● ‘구찌소년단’ ‘샤넬 제니’


올해 상반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빌보드 1위’의 방탄소년단은 의상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레드카펫 행사에서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은 티셔츠부터 바지, 재킷, 벨트, 신발까지 모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제품을 착용했다. 이날 구찌 의상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1968년 5월 일어난 학생 운동 ‘파리 68혁명’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2018 프리폴 컬렉션이었다. 멤버들은 자신들 취향에 따라 폴로 티셔츠와 조깅팬츠, 린넨 재킷과 셔츠에 데님팬츠, 캐시미어 재킷 등을 골라 입고 ‘자유로운 청춘’을 대변했다. 이로 인해 방탄소년단은 ‘구찌소년단’으로도 불린다.

멤버 가운데 뷔가 구찌를 평소 가장 즐겨 입었고, 다른 멤버들에게까지 관심이 옮겨갔다. 이들은 2017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DNA’를 부르며 구찌 룩을 선보였다. 3집 ‘러브 유어셀프 전-티어’ 활동 당시 국내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 오를 때도 구찌를 입었고, 이 외에도 생로랑, 버버리 등을 즐겨 입는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페이크 러브’ 무대를 전 세계에 처음 공개할 때 입었던 의상이 생로랑이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샤넬 ‘2017/18 파리-함부르크 공방 컬렉션’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에서 샤넬 룩을 선보인 블랙핑크 제니. 사진제공|샤넬


‘구찌소년단’ 못지않게 패션 피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간 샤넬’도 있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다. 제니는 지난해부터 각종 시상식이나 음악프로그램, 공항 패션, 평범한 일상복도 럭셔리 브랜드 샤넬로 통일한다. 이로 제니는 ‘샤넬 제니’ ‘인간 샤넬’로 불린다.

제니는 어떤 옷을 소화해도 맞춤옷인 양 소화해낸다. 한 줌도 안 되는 가녀린 허리 사이즈와 길게 뻗은 다리 등으로 오히려 ‘제니가 샤넬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제니의 남다른 패션 소화력과 파급력 등을 일찌감치 알아본 샤넬은 제니를 홍보대사(Ambassador)로 발탁했다.

제니는 6월22일 서울 강남구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샤넬 ‘2017/18 파리-함부르크 공방 컬렉션’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해 ‘샤넬 제니’의 모습을 제대로 뽐냈다. 이날 제니는 커다란 리본과 시원한 세일러 칼라가 돋보이는 샤넬 트위드 슈트를 입고, 같은 소재의 세일러 캡을 매치시켜 ‘샤넬 룩’을 완성시켰다. 높은 굽의 누드톤 플랫폼 힐을 신고, 샤넬 반지까지 착용해 포인트를 더했다.

2015년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생로랑의 2016 서프사운드 컬렉션을 착용하고 나온 빅뱅. 사진제공|멜론 뮤직 어워드


● 명품 브랜드, 빅뱅이 주도

아이돌 가수의 이 같은 명품 착용은 빅뱅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뱅은 2012년부터 생로랑 컬렉션을 그대로 옮긴 듯한 무대의상을 선보여 왔다. 특히 2015년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는 매장에 출시되지도 않은 생로랑의 2016 서프사운드 컬렉션을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샤이니도 2013년 10일 미니앨범 ‘에브리바디’를 발표하면서 멤버들이 각기 다른 톰 브라운의 2014년 봄·여름 컬렉션을 입었고, 레드벨벳은 2015년 1집 ‘더 레드’ 쇼케이스에서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올림피아 르 탱의 봄·여름 컬렉션을 맞춰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걸그룹 트와이스도 4월 미니앨범 ‘왓 이즈 러브?’ 발표 당시 구찌, 발렌시아가, 베트멍 등의 명품 브랜드 의상을 입은 재킷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 명품은 협찬일까


그렇다면 아이돌 스타들은 고가의 명품 의상을 직접 구입해서 입을까, 협찬을 받을까. 정답은 아이돌 스타들이 소속되어 있는 기획사별로 다르다.

방탄소년단은 일체 협찬을 받지 않는다. 광고 모델로 나서는 브랜드의 의상 외에는 협찬으로 의상을 입지 않는다. 구찌나 생로랑 등 명품 의상을 입을 때는 스타일리스트가 소속된 비주얼 팀에서 멤버들의 개성이나 특색에 맞춰 의상을 선택해 구입한다. 구입한 의상은 멤버들과 소속사에서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눠 부담한다.

제니는 샤넬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 무리 없이 해당 브랜드 의상을 입는다. 과거 명품 브랜드 측은 협찬을 하지 않았지만, 케이팝 스타들의 위상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자 자세를 낮추고 협찬도 마다지 않는 현실이 됐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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