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7일간의 우주인 생활…막판되니 소주만 아른거려”

입력 2018-07-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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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으로 화성 탐사를 주제로 한 tvN 예능프로그램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에서 하지원(왼쪽)과 김병만이 화성인으로 변신했다. 사진제공|tvN

■ tvN ‘갈릴레오’ 하지원 가상 화성체험기

학창시절 우주인이 꿈…호기심에 출연
도착하자마자 외롭고 그립고…
엄마 보고 싶어 많이 울었어요
갔다 오니 물 한방울까지 모든 게 소중


배우 하지원은 “초등학생 시절 우주인”이 되고 싶었다. ‘당연히’ 이루지 못했지만 우주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적지 않다. 집에는 우주 관련 장비가 넘쳐나고,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관찰하곤 한다.

그런 그와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갈릴레오)와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다. ‘갈릴레오’는 미국 화성협회가 실제 화성과 가장 비슷한 환경으로 미국 유타주에 세운 화성탐사 모의 훈련지인 MDSR에서 하지원을 포함해 김병만, 2PM 닉쿤, 구구단 김세정 등이 일주일간 ‘화성인’이 되어 생활하는 모습을 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원은 처음으로 도전하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제작진의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못한 채.

하지원은 15일 첫 방송한 ‘갈릴레오’에서 다양한 감정을 드러냈다. 미국으로 날아가기 전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외계인’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등 어린 시절 펼쳤던 상상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도착한 뒤로는 마냥 즐거워할 수 없었다. 호기심과 궁금증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낯선 환경에 적잖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 했다.

방송 전 만난 하지원은 자신이 체험한 ‘화성의 일주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당시의 감정을 생생히 전달했다.

“해외 촬영 경험이 많아 낯선 곳에서 적응을 잘하는 스타일인데 도착하자마자 외로움과 그리움이 확 밀려오더라. 벌어질 상황에 대해 미리 고민하지도, 예측하지도 말자고 다짐했는데 마음먹은 것처럼 되지 않더라. 상황실과 샤워실, 주방 등 7개 방을 모두 합쳐봐야 49m²(15평) 남짓의 협소하고 폐쇄된 공간이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엄마도 보고 싶고, ‘우주식’ 음식만 먹다보니 김치찌개와 소주 한 잔이 생각나더라. 하하!”

하지원(맨 오른쪽)이 어릴 적 간직했던 “우주인”의 꿈을 이뤘다. 그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제 생에 가장 신비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tvN


하지원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도착한 첫날과 다음 날에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그런 모습에 스스로도 놀라웠다는 그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온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불안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민낯을 드러내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140대의 거치 카메라도 “어느새 익숙해져 편하게 의식하지 않고 지냈다”고 했다. 앞으로 탐험의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반드시 챙겨가고 싶은 ‘필수품’이 김병만, 닉쿤, 김세정이 됐을 정도로 동료들의 존재감도 흔들리는 마음을 든든하게 해줬다.

하지원은 이번 경험에 대해 “단언컨대 생애 가장 신비롭고 신기했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부터 우주를 좋아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평소 제가 바라보는 우주를 가보길 꿈꿨다. 가보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다. 배우가 아닌 우주인처럼 생활하면서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저처럼 우주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잘 전달하고 싶었다. 그곳에서 느낀 감각들은 지구에서 느꼈던 것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르다.”

어린 아이처럼 신나서 이야기하는 하지원의 모습에서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예능프로그램 첫 고정 출연도 즐기며 ‘배우 하지원’을 내려놓고 “털털하고 솔직한” ‘자연인 하지원’으로 지낼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원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제가 할 줄 아는 게 많이 없었다”면서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 하나뿐이었다”며 웃었다.

지난 12일 열린 tvN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 제작발표회에서의 하지원. 스포츠동아DB


하지원에게 이번 경험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흥미로움으로 가득했지만 일주일간의 생활은 지구에서 지내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줄기,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 한 잔, 하늘의 별” 등 모든 것들이 더욱 소중해졌다.

“기지에 다녀온 뒤 제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 지구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왜 우주를 가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런 점을 깨닫기 위해 우주에 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꿈같은 경험을 한 하지원은 조심스럽게 다시 꿈을 꾼다.

“화성행 티켓을 구할 수만 있다면 또 가고 싶다.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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