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 “작품 할수록 행복 늘어…내 인생은 ‘영화와 함께’”

입력 2018-08-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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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신과함께 - 인과 연’을 관객에 내놓는 하정우는 쉬지 않는 배우다. 쉴 새 없이 영화에 출연하고, 영화 연출도 준비하고 있다. 틈틈이 그림을 그려 전시회도 연다. 요즘엔 손수 아침까지 차려 먹는다. 촬영 때나 휴가 때나 틈만 나면 걷는 하정우는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배우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멈출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다작 배우’ 하정우가 사는 법

9월부터 영화 3편 촬영에 연출 작업까지
에너지 소진? 난 통찰력 생기고 좋아요
‘신과함께2’ 개봉, 1편보다 더 조심스러워
‘꽃할배’ 아버지는 내 70대 롤모델, 하하


한 사람이 지닌 에너지는 타고나는 걸까,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배우 하정우(40)를 볼 때마다 드는 궁금증은 이번 만남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어떻게 다 소화할까 싶을 만큼의 영화 출연 계획표가 가득 찼고, 영화 연출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 틈틈이 작업한 그림으로 얼마 전 전시회를 연 것도 모자라 매일 손수 아침밥 지어먹는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영화 ‘신과함께 - 인과 연’(감독 김용화·제작 리얼라이즈픽처스) 개봉을 며칠 앞두고 하정우를 만났다. 피부가 하얀 편은 아니지만 지금은 과하다 싶을 만큼 검게 그을려 있었다. 하정우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한강을 몇 시간씩 걷는데 선크림 발라봤자 땀에 금방 지워져 소용이 없다”고 했다. 또 ‘걷기 예찬’이다. 틈 날 때마다 걷고, 해외촬영 때도, 휴가 때도 ‘닥치고 걷는’ 그는 요즘은 한강을 오간다. 배우 정우성도 한강 걷기에 합류했다.


● “이래도 불안, 저래도 불안”

하정우에게 ‘신과함께’ 시리즈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작년 12월 개봉한 1편으로 1441만 관객동원 성과를 거뒀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영화로는 처음 2부작을 동시 제작해 순차 개봉한 이번 시리즈로 영화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국내 개봉에 맞춰 아시아 시장까지 공략하기 때문이다. 그 도전의 중심에 하정우가 있다.

1편의 성공이 2편을 내놓는 그에게 부담을 덜어주지 않았을까. 그는 “희한하게, 더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래도 불안, 저래도 불안하다. 관객 평가는 남았지만 개인적으로는 2부가 더 마음에 든다. ‘신과함께’를 선택한 건 2부가 담은 이야기 때문이다. 기대한 만큼 나왔다.”

영화 ‘신과함께 - 인과 연’에서의 하정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죄와 벌’이란 부제의 1편은 하정우와 주지훈, 김향기로 이뤄진 삼차사가 귀인 차태현을 이끌면서 벌이는 저승 재판을 다뤘다. ‘인과 연’이란 부제가 붙은 2편은 삼차사의 1000년 전 과거, 그 안에서 얽힌 인연을 탄탄한 서사로 완성했다.

하정우는 이미 2년 반 전 모든 촬영을 마쳤다. 2편 개봉까지 이룬 지금, 대장정을 마무리한 기분은 어떨까. 곳곳에서 여러 의미를 부여하지만 정작 하정우의 답변은 담백했다.

그는 “내게 영화 찍는 일은 매번 똑같은 과정이다. 10년 넘도록 반복해온 일이라 ‘신과함께’도 비슷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크든 작든, 화려하든 소박하든, 그에게 모든 영화는 공평하다는 의미다.


● “다작을 왜 꺼리지? 연마하는 과정인데”

하정우는 영화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른바 ‘다작 활동’이다. 쉬지 않고 여러 영화에 참여해 다양한 역할로 관객에 다가서는 적극적인 행보는 하정우가 시작해 이젠 다른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러 작품을 소화하는 걸 왜 ‘소진된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그런 과정으로 나를 연마하고 학습하는 게 더 큰데 말이다. 작품수가 늘면 그만큼 통찰력도 생기고 나만의 규칙도 찾을 수 있다. 작품 거절하면 그 시간엔 뭐 하고 살 건가. 그래서 (주)지훈이한테도 많이 해라, 쉬지 말고 하라고 한다.”

남다른 친화력 덕분인지 하정우 주변에는 ‘배우 사람 친구’가 많다. 정우성 이정재 그리고 주지훈은 그야말로 ‘패밀리’. 여기에 영화 데뷔작을 함께 한 윤종빈 감독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마련한 미술작업실을 수시로 드나드는 이들이다. 심지어 작업실 비밀번호까지 공유하고 있다.

“요즘에는 유화를 그린다. 유화 물감은 서서히 마르는데 자꾸만 사람들이 작업실에 온다. 어떤 땐 내가 작업실에 없는데도 먼저 와서 술 먹고 있다. 어느 날은 낮 1시에 모여 낮술 먹고 있더라니까. 참….”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친화력과 유머감각, 어떤 일이나 상황에 놓여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은 하정우를 ‘안티 없는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는 자신의 개성은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했다.

“요즘 아버지께서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걸 보면 되게 부럽다. 어릴 때부터 뵈어온 박근형 백일섭 선생님들 모습을 보니 더 감동적이다. 훗날 나이 들어 나도 좋은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다면, 그 모습을 담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훗날 ‘꽃보다 할배’ 멤버를 꾸린다면 누구와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다. 예상한 답이 나왔다. “정우성과 이정재 그리고 주지훈과 마동석. 하하! ‘꽃보다 할배’ 같은 여행, 아니면 걷기 예능도 좋겠다.”

하정우는 늦은 나이에 얼마 전 첫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올해 3월부터 한 달 가까이 이탈리아 로마와 나폴리, 피렌체 등을 둘러봤다. 평소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을 즐기지만 이번에는 “트레비 분수 앞에서 줄서서 사진 찍고 주요 관광 포인트를 찍었다”고 했다.

혼자 가지는 않았을 것 같아 동행자를 물었더니 배우 한성천과 민무제의 이름이 나왔다. 역시 ‘하정우의 친구들’로 불리는 멤버들이다.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9월부터 새 영화 ‘클로젯’ 촬영을 시작한다. 이어 백두산 화산폭발을 다룬 ‘백두산’, 마라톤 이야기인 ‘보스턴 1947’을 차례로 소화한다. 얼마 전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된 그의 새 연출작은 언론을 배경으로 하는 케이퍼무비다.

영화에 파묻혀 살고, 틈나면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그렇다고 결혼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가 정한 결혼 마지노선은 45살. 이유를 물었더니 “주변 사람 중 가장 늦은 나이에 결혼한 사람이 45살에 결혼한 김용화 감독이라 그 기준에 맞췄다”는 다소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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