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출연금 40억원, 감독 선임에 투자…세율까지 따지는 치열한 협상

입력 2018-08-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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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스포츠동아DB

대한축구협회 정몽규(56) 회장이 축구발전기금 40억원을 내놓았다. 협회는 7월 31일 “정 회장이 40억원을 기부했다. 정 회장은 자신의 기부금이 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 선임을 지원하고, 유소년 활성화에 사용됐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협회는 정 회장이 2013년 협회 수장에 오른 뒤 이번에 내 놓기로 한 40억원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총 29억원을 기부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각급 대표팀의 격려금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운영비, 지도자 해외연수비 등으로 활용됐다. 이밖에 정 회장은 2015년부터 어려운 환경의 중학교 선수들에게 매년 1억2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협회 김풍년 경영혁신실장은 “일각에서 대기업(현대산업개발) 대표인 정 회장이 축구계에 전혀 기부하지 않는다고 오해한다. 찬조 활동이 드러나는 걸 회장 본인이 원치 않아 밝히지 않았으나 잘못된 소문이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는 가급적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정 회장의 40억원 찬조금을 세부 계획을 세워 전략적으로 투입할 방침인 가운데 국가대표선임위원회가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협상하는 현 시점에서 기부금 상당 부분이 신임 사령탑 연봉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이란을 지휘한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감독과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멕시코를 이끈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 감독, 크로아티아 준우승 신화를 일군 즐라트코 다리치(52·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감독 등이 언급되는 가운데 협상 최대 핵심은 몸값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케이로스 감독의 연봉은 25억원, 오소리오 감독은 연봉 13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이는 당사자가 순수하게 챙기는 돈이다. 관례상 세금은 협회의 부담이다. 만약 급여 40%를 세금으로 떼면 25억원을 맞추기 위해선 약 4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협회는 국내 세법은 물론, 외국인 감독의 모국 세율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감독도 계약을 맺을 때 변호사, 회계사까지 합류시키기 때문에 협상이 결코 쉽지 않다. 협회는 세금 포함, 약 40억원까지 쓸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협회가 2014년 9월 울리 슈틸리케(64·독일) 전 감독을 영입하기 전 접촉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6·네덜란드) 감독은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먼저 세금 이야기를 거론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력 감독들은 전담 팀(Team)을 대동한다. 코칭스태프다. 비서 및 장비담당까지 동행시키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3~4명이다.

협회는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거처와 차량 등 의전제공 이외에 몸값 전부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다만 계약방식은 제각각이다. 동행 스태프 개개인과 진행하는 협상과 감독에 스태프 급여까지 전권을 맡기는 패키지 계약도 있다. 협회는 새 감독 영입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이번 건에는 후자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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