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사권 “순둥이 역할만 하다가 남 괴롭히니 재밌더라”

입력 2018-08-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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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권은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남들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부정적인 생각은 되도록 피하며 다가올 40대의 밝은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는 각오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SBS 드라마 ‘기름진 멜로’ 김사권, 생애 첫 악역 끝낸 소감

발성·말투 등 표현법 달리하며 변신
연기 스펙트럼 넓어지는 기분이었죠
스물아홉 늦은 나이에 연기자 데뷔
어린 동기들과 경쟁, 지금의 자양분


연기자 김사권(35)은 두루뭉술하면서 반듯하게 생활하자는 신조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긍정적 마인드가 몸에 배었고, 화를 내는 일은 “연중행사”가 됐다. 캐릭터도 온화한 성격을 주로 맡아 화를 내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김사권이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기름진 멜로’에서 첫 악역을 맡았다. 그는 “남을 괴롭힌 적은 없지만, 연기로 하니 재밌었다”며 새로운 경험을 즐거워했다.

‘기름진 멜로’에서 그는 “나에게 아부하고 고개 숙이는 놈이 좋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호텔 사장을 연기했다. 자신이 소유한 중식당의 경영을 위협하는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는 성격의 인물이다.

“매번 착하고 반듯하며 상대역을 도와주는 역할만 하다가 남의 것을 빼앗는 연기를 하니 새로웠다. 발성, 말투, 행동 등 연기 표현법 자체가 달라지니까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것 같아 성취감도 컸다. 기회가 된다면 골칫덩어리 막내아들을 연기해보고 싶다.”

그만큼 ‘연기자 김사권’의 흐트러진 모습은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실장, 이사 등 대기업의 임원을 주로 맡았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자유분방한 역할이 지난해 방송된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가구공방 목수였다.

김사권은 “간혹 저를 재벌로 오해하시는데 속고 계신 거다.(웃음) 저도 캐릭터의 분위기에 취할 때가 있는데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계산하고 다음날 후회한다. 일상은 평범하다. 매주 목요일마다 농구하면서 땀 빼고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연기자 김사권.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고교시절에도 김사권은 농구부원으로 활약했다. 지금처럼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을 뿐더러 158cm의 작은 신장에도 적극적으로 가입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피부가 희고 통통해 귀여우니 농구부의 마스코트를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백돼지’로 불리기도 했다. 하하! 다행히 고3 때 20cm가 컸는데 우유를 많이 마신 심리적인 효과도 있는 것 같고, 살이 다 키로 갔다. 동창들이 못 알아 볼 정도다. 저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잘 생겼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연기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리즈’(전성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래서 “소처럼 일해야 한다”고 했다. 스물아홉이던 2012년 MBC ‘골든타임’으로 데뷔해 또래보다 늦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의지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2002년 대전대 경영학과에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포기하고 2006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스물세 살의 새내기로 어린 동기들과 함께 한 대학생활은 큰 자양분이 됐다.

“어린 동기들과 지내면서 제가 똑바로 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환경을 잘 적응해야만 제 미래에 자신이 생길 것 같았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장학금 받아가며 공부했던 시간들은 지금까지도 힘을 북돋아준다.”

김사권은 이미 40대를 내다보고 있다. 그때까지 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풍부하게 쌓아 인생의 절정기에 이르길 바라고 있다.

“활동을 띄엄띄엄하면 성장하지 못할 것 같다. 불안한 미래를 맞을 것 같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으면서 연기 자체를 즐기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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