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에 등장하는 김정일 별장 내부 모습. 이는 5개월간 제작된 실내세트로, 높이만 7m에 이른다. 김정일 일가 벽화 제작에도 4개월이 소요됐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기주봉, 진짜 같은 김정일 변신
‘맨인블랙3’ 할리우드 분장팀이 맡아
1990년대 남북한 첩보 실화를 다룬 영화 ‘공작’이 ‘신과함께-인과 연’의 독주를 막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실화가 만드는 묵직한 울림과 영화가 구현한 1990년대 북한의 모습이 관객을 빨려들게 한다.
순제작비 165억원인 ‘공작’(제작 사나이픽처스)은 1990년대 남북한은 물론 첩보전의 무대가 된 당시 중국 모습을 재현하는 데 상당한 금액을 쏟았다. “1990년대 시대적 분위기, 북한을 리얼하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윤종빈 감독의 판단 아래 당시 북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고증을 거쳤다.
남한 스파이 흑금성(황정민)이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북한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이야기의 긴장은 배가 된다. 바로 이때 스크린을 채우는 북한의 모습은 직접 북한을 찍은 외국 촬영팀이 보유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제작진은 해외 루트를 통해 이를 구입해 영화에 넣었다.
하지만 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제작진은 1990년대 북한 모습을 담기 위해 실내세트 제작은 물론 6개월간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를 넘어 대만과 중국 옌볜 로케까지 진행했다.
‘공작’을 본 관객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장면은 흑금성과 김정일이 두 번 대면하는 김정일의 별장이다. 윤종빈 감독이 “한국영화 단일 실내세트 가운데 최대규모”라고 밝혔듯이 김정일 별장은 경기도 안성 다미세트에서 50여일에 걸쳐 완성됐다. 1200m²(360평) 규모, 높이만 7m에 이른다. 비용도 6억원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별장 한 벽면을 채운 거대한 김정일 일가 벽화 제작에도 4개월을 투자했다.
영화 ‘공작’에 등장하는 북한 장마당 모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북한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기억되는 때이다. 굶주림이 만연한 당시 북한 주민의 모습을 흑금성이 목격하는 ‘장마당 장면’도 인상 깊다. 체제 선전 벽화가 무색하게 한쪽에선 시체 더미가 쌓여있는 이 장면은 강원도 동해에서 촬영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축 가운데 남아있는 일부를 활용해 북한의 집단 주택 분위기로 꾸몄다.
흑금성이 머무는 평안북도 초대소의 외형은 진짜 북한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 컴퓨터그래픽을 의심케 하지만 실제로는 충북 괴산에 있는 중원대학교 건물이다. 배우 기주봉이 연기한 김정일 역시 실제 모습과 너무나 닮아 놀라움을 안긴다. ‘맨인블랙3’, ‘나는 전설이다’ 등에 참여한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의 작품으로 제작에 8개월이 걸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