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문화 기획자로 수많은 무대와 사랑에 빠져 살던 저자는 10년째 되던 해 어느 날 불쑥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채 1기로 입사해 대학로 연극열전,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를 거쳐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의 개관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런던에서의 발걸음은 정처 없었다. 생수통을 들고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났다. 남자의 이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자는 런던의 오래된 뒷골목마다 타투처럼 새겨진 남자의 흔적을 따라 걷고 또 걸으며 메모를 남겼다.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는 저자 최여정이 400년 전 셰익스피어의 흔적을 쫓는 런던골목의 ‘추적여행’이다. 셰익스피어가 들락거렸던 맥줏집, 공주를 가둔 감옥과 처형장으로 악명 높았던 런던탑, 런던 대화재의 기억,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집, 골목을 저자는 열과 성을 다해 찾아다녔다.
이 책은 그 집요한 산책의 기록이다. 그리고 런던이란 도시의 문화사이다.
‘셰익스피어의 출퇴근길’, ‘영국 극장사의 잃어버린 두 개의 퍼즐’, ‘임대료는 붉은 장미 한 송이’, ‘셰익스피어가 사랑했던 은밀한 후원자’, ‘젠틀맨 셰익스피어의 꿈’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 썼다.
셰익스피어를 알면 알수록, 모르면 모를수록 더 재밌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의 산책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우면서도 치열하다. 400년 전의 런던과 현재의 런던을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글솜씨와 풍성한 이야기로 이어놓았다.
저자 최여정이 다리에 힘을 내어 얼른 또 다른 누군가를 걸어주었으면 좋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