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랭글러는 기존 V6 엔진 성능을 뛰어넘는 2.0리터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오프로드의 강력한 성능은 유지하면서 온로드 주행 능력과 연료 효율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평창|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272마력…연료 효율성 36% 향상
클래식한 외관·독창적 내부디자인
4륜구동 SUV의 원조인 지프(JEEP) ‘랭글러’(WRANGLER)가 11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나타나 국내 시장에 ‘왕의 귀환’을 알렸다.
도심형 SUV가 대세인 요즘 정통 오프로더 랭글러가 주는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사실 지프 랭글러만큼 시승 전과 후의 느낌이 극명하게 갈리는 차도 드물다. 국내 사정상 마땅히 탈 곳도 없는 과시용 차인지, 일상의 어떤 도로에서도 운전자를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특별한 차인지는 직접 타보고 난 후에 판단이 가능하다. 강원도 평창 흥정계곡 일대에서 올 뉴 랭글러를 시승했다.
● 일상을 모험으로 만드는 랭글러만의 매력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랭글러의 매력은 반감한다. 하지만 이동수단에 더해 새로운 레포츠 머신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랭글러는 소유자에게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준다. 흔히 남자들의 로망이 포르쉐나 페라리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라지만, 랭글러는 그 대척점에 자리해서 동일한 수준의 즐거움을 주는 오프로드 어드밴처 SUV라고 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3.6 V6 자연흡기 엔진에서 2.0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다운사이징됐다. 하지만 출력은 272마력으로 거의 비슷하게 유지했고 최대 토크(40.8kg.m)는 오히려 약간 높아져 출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연료 효율성은 6.6km/L에서 9.0km/L로 약 36% 향상됐다. 물론 연비 등급이 3등급으로 낮은 편이고, 실제로 왕복 70분이 걸리는 오프로드 코스에서 6∼7km/L대의 실연비를 보일 정도로 높지 않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매력은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디자인과 오프로드 성능에 있다.
올 뉴 랭글러의 실내 디자인. 평창|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클래식한 멋을 자랑하는 외관 디자인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특히 실내 디자인은 ‘SUV의 실내가 이렇게 터프하면서도 독창적으로 설계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를 저절로 뱉어낼 정도로 유니크한 멋을 자랑한다. 직각으로 세워진 디자인의 대쉬보드가 주는 강인함, 터프함을 자랑하는 4륜 기어 변환 레버와 기어 레버, 기존 SUV에서는 본 적도 없을 전후륜 기어 액슬 락 버튼과 바위를 타고 넘을 때 바퀴 축을 제어해 험로 주파를 가능하게 하는 스웨이바 버튼 등은 4륜 구동의 최강자라는 자부심을 운전석에 앉는 순간 깨닫게 해준다. 일반 SUV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76cm의 도강 능력도 갖췄다.
실제로 계곡의 다양한 험로 주행을 통해 랭글러의 오프로드 능력을 경험하고 나면 지프라는 브랜드가 왜 그토록 ‘모험’을 강조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왜 그 매력에 빠지는지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풀체인지된 랭글러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매력은 이 모든 기능들을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사용하며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도록 사용성이 개선되었다는 것과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 감성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점이다.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터프하게, 일반 도로에서는 보통의 SUV처럼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타보기 전에는 왜 저 차를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가, 타보고 나면 일생에 한 번쯤은 소유해보고 싶은 차가 지프 랭글러다.
평창|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